페북 '친트럼프 그룹' 삭제조치…지지자들 "입에 재갈물려" [미국 대선]

입력 2020-11-06 10:42
수정 2021-02-02 00:04
페이스북이 5일(이하 현지시간) 친트럼프 성향 그룹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를 삭제했다.

이 그룹은 미국 대선이 조작됐으며 민주당이 대선 승리를 '훔쳤다'는 공화당 지지자들 주장을 유포해온 집단이다. 전날 신설된 '도둑질을 멈춰라'는 개설 이후 10초에 1000명씩 새 회원을 추가해 하루 만에 회원 36만5000명을 보유한 집단으로 몸집을 키웠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이날 "'도둑질을 멈춰라'가 선거 제도 권위를 실추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고, 점점 많은 구성원이 폭력을 촉구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삭제 이유를 밝혔다.

페이스북은 대선 관련 폭력을 옹호하거나 부추기는 콘텐츠를 규제하고 있다. 가짜뉴스 확산을 막기 위한 검열도 강화한 상태다.

'도둑질을 멈춰라' 대변인은 그룹 삭제 결정에 "도리를 저버렸다. 차별적 조치"라며 "페이스북이 좌파 그룹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지 묻고 싶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은 보수단체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 우리는 개표 과정을 믿지 못하는 국민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내 극우세력 '티파티' 활동가였던 에이미 크레이머의 딸이자 '도둑질을 멈춰라'를 운영하는 카일리 크레이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좌파가 선거를 도둑질해가고 있고 소셜미디어는 (검열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 정말 충격적"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의) 도둑질을 막으려면 즉시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네바다 애리조나 위스콘신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도둑질을 멈춰라'는 회원들에게 "선거 조작을 막으려면 현장으로 출동해야 한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그간 페이스북 그룹이 편파적이고 왜곡된 거짓 정보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비영리조직 '변화의 색깔' 아리샤 해치 사무국장은 "페이스북은 민주주의를 해치는 공격을 내버려 두고 조장해왔다"고 지적했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폴 배럿 교수는 "소셜미디어는 반민주적이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용납해선 안 된다"면서 페이스북의 '도둑질을 멈춰라' 그룹 삭제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도 트위터를 통해 '도둑질을 멈춰라(#StopTheSteal)'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트윗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들 에릭 트럼프도 이날 도둑질을 멈춰라 해시태그를 달아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네바다 조지아 위스콘신에서 수많은 부정선거가 이뤄지고 있다. 제보해달라"고 썼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