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리스크가 사라졌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승리로 기울면서 2400선을 되찾은 국내 증시를 두고 증권가에서 나온 말이다. 국내 증시를 짓누르던 대주주 양도세에 이어 미 대선이란 악재가 제거됨에 따라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선 불복’이란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미 증시 역시 ‘블루웨이브’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친환경·바이오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돌아온 외국인불확실성이 사라지자 국내 증시에 외국인이 큰손으로 돌아왔다.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141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 사상 역대 아홉 번째에 달하는 금액이다. 두 가지 악재가 해소된 영향이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LG화학, 삼성SDI,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을 쓸어담았다. 외국인 매수세에 개인은 하루에만 1조6201억원어치 주식을 내던졌다. 가장 많이 판 2011년 12월 1일(1조6809억원)과 비교해 600억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만큼 엄청난 물량을 팔았다. 불안해하던 개미들은 주가 반등을 차익실현 기회로 봤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은 “선물까지 포함하면 외국인이 2조원 가까이 순매수했다”며 “하루에 1조원 이상 샀다는 것은 불확실성 제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투자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美 기술주 급등 왜?
전날 미 증시도 기술주 중심으로 급등했다. 미 정치 권력의 구도가 ‘불편한 관계’에 놓이게 됐지만 상승세를 꺾진 못했다.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는 2.2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무려 3.85% 올랐다. 페이스북과 알파벳(구글)은 각각 8.32%와 6.09% 뛰었다. 마이크로소프트(4.82%)와 애플(4.08%)도 많이 올랐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상원을 공화당에 내주는 시나리오는 대규모 재정 확대를 기대해온 월가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은 구도였다. 하지만 바이든이 주장한 규제와 증세가 공화당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는 기대가 기술주로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화당의 반대로 부양책 규모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측면이 더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채권금리 더 떨어진다”주요 채권금리는 일제히 떨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 대비 0.028%포인트 내린 연 0.927%를 기록했다. 5년물과 10년물도 0.03%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미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치가 떨어진 점이 반영됐다. 당초 채권시장에선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과 민주당의 상·하원 동시 장악으로 대규모 국채 발행을 동반한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펼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물량 증가로 채권 가격이 하락(금리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3일 연 0.98%까지 올랐다.
하지만 공화당이 상원을 지켜내면서 경기부양책이 시행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든의 당선이 확정되면 다시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연말까지 금리가 완만하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원/김진성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