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독점 구매로 발전사들 만성적 적자"

입력 2020-11-05 17:11
수정 2020-11-06 01:38

시장 원리와 유리된 전력 수급 시장 및 사업구조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발목 잡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사단법인 전력산업연구회 주최,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5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민간 발전사업의 현주소와 대책’ 세미나에서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 교수는 “발전 자회사 및 민간 발전사가 생산한 전력을 한국전력이 독점 구매하는 시장 구조가 발전사들의 만성적인 손실로 이어진다”며 “석탄과 천연가스 등 발전원료값이 떨어져도 그에 따른 수익은 한전만 가져가고 발전사들은 손실을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는 전력시장의 왜곡으로 이어져 시장 수요에 맞는 전력 생산이 이뤄지지 못하게 한다.

조 교수는 “다수의 공급자가 존재하는 전력시장에 한전이라는 단일한 구매자만 있는 구조가 문제”라며 “구매자도 다양화해 선물계약과 장기구매 같은 제도가 전력 시장에도 도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표 태평양 변호사도 주제발표에서 “왜곡된 전력 구매가격 산정방식이 발전업체들의 손실을 키우고 있다”며 “발전사들이 설비 투자비와 운영·유지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른 석탄화력발전 축소 관련 비용이 정부 정책에 따른 것임을 지적했다. 2008년까지만 하더라도 발전사들의 독자 생존을 위해 장려했던 석탄화력발전이 2015년부터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한 전력 구매가격 산정으로 전력가격은 발전 원가 수준에서 제한되고 있다.

이어진 토론에서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현행 전력 가격 산정체계는 화력 및 원자력 발전 중심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중 증가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신규 사업자의 투자 유인을 높일 수 있도록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전력 생산 및 판매 단위를 줄여 에너지전환 시대에 맞는 구조로 최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전문위원은 “시장원리와 유리되면 에너지전환 정책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전력 산업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며 “석탄화력발전도 인위적으로 줄이기보다는 인센티브를 통해 진화할 기회를 주고 출구전략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