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오빠차' 넘어 '국민차' 될까…판매기록 경신 눈앞

입력 2020-11-05 11:38
수정 2020-11-05 16:12

그랜저 열풍이 심상치 않다. 올해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며 종전 최다 판매기록 경신은 물론 국산차 최다 판매기록에도 도전하는 모양새다.

5일 현대차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준대형 세단 그랜저 판매대수는 총 12만4736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말 출시된 더 뉴 그랜저는 부분변경과 함께 디자인 변화를 통해 보다 '젊은 차량'으로 거듭났다.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과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 주간주행등을 일체형으로 구성하며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이전 모델의 경우 구매자 절반 이상이 50·60대였지만, 더 뉴 그랜저는 30·40대 구매 비중이 50·60대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대 성능비(가성비)에서도 더 뉴 그랜저는 호평을 받고 있다. 더 뉴 그랜저는 3000만~4000만원대에 판매되면서 다양한 첨단 안전·편의사양을 갖추고 있다. 다수 자동차 동호회에서는 해당 가격대에서 실내 인테리어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본래 험로주행 목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패밀리카로 인기를 얻을 정도로 '큰 차'를 선호하는 소비 풍조도 영향을 끼쳤다.


중형 SUV 가격에 구입 가능하면서 더 뛰어난 첨단 사양을 갖춘 준대형 세단으로 더 뉴 그랜저의 입지가 높아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큰 차 선호가 강해지며 중형급 이하 세단의 입지가 좁아졌다. 큰 차를 원하지만 SUV를 선호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그랜저가 가장 먼저 제시되는 선택지"라고 말했다.

구매 연령층이 낮아지고 높은 상품성을 인정받으면서 더 뉴 그랜저는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1, 2월에는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로 각각 9350대, 7550대의 다소 부진한 성적을 냈지만 개별소비세 5% 인하가 이뤄진 3월부터는 판매대수가 1만대를 훌쩍 넘겼다. 더 뉴 그랜저 판매량은 3월 1만6600대, 4월 1만5000대, 5월 1만3416대, 6월 1만5688대를 기록했다.

7월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조정으로 세금 부담이 다소 늘며 판매량이 다소 주춤했지만,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7월 1만4381대를 판매한 이후 8월 1만235대로 줄었지만 9월 1만1590대가 팔린데 이어 10월에는 1만926대 판매를 달성했다. 올해 들어 월 평균 1만2500대씩 팔려나간 셈이다. 지난해에 비하면 56.4% 증가한 수치다.


더 뉴 그랜저는 이전 그랜저의 연간 최다 판매기록도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그랜저의 역대 최다 판매기록은 2017년 기록한 13만2100대로, 올해가 2달 남은 시점에서 더 뉴 그랜저의 판매기록과 차이는 불과 7400여대에 불과하다.

판매 호조에 국민차의 대명사인 중형 세단 쏘나타가 세운 국산차 단일차종 연간 최다 판매실적도 넘보게 됐다. 쏘나타는 2010년 15만2023대가 팔리며 국산차 가운데 연간 최다 판매기록을 세운 바 있다. 더 뉴 그랜저가 남은 11월과 12월 종전 판매량을 유지한다면 14만9700대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약 2300여 대 차이로 쏘나타 기록에 미달하는 수준이지만 올해 코로나19 사태 등을 고려하면 돋보이는 실적이다.


게다가 자동차 업체들이 연말을 앞두고 다양한 할인 혜택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뉴 그랜저가 막판 뚝심을 발휘할 가능성도 남았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4분기 국내 승용차 판매량이 7만9063대를 기록하며 직전 분기 5만8961대에 비해 34% 증가한 바 있다.

올해도 현대차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 참여 일환으로 더 뉴 그랜저, 싼타페 등 주요 차종 약 1만3000대를 대상으로 할인을 펼친다. 더 뉴 그랜저의 경우 2.5% 저금리 할부 혜택을 비롯해 9월 이전 생산분 2% 할인, 11월 조기 출고 할인, 현대카드 '세이브오토 선보상' 등이 적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연식변경 등이 이뤄지는 연말에는 할인 폭도 커지고 판매량도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그랜저가 연간 판매량 15만대를 넘기며 새롭게 국민차 타이틀을 차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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