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노믹스'…앞으로 美 경제정책 어떻게 바뀌나 [한상춘의 '해주라' 칼럼]

입력 2020-11-05 09:38
수정 2020-12-03 00:31


“Run Out”, 즉 대선 결과 불복종이란 불확실한 요인이 남아 있긴 하다.
하지만 현재로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내년 1월 20일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해 역사 상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앞으로 4년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인들은 현직 대통령과 집권당을 경제고통지수(MI?misery index)로 평가한다. 경제고통지수는 실업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해 산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있긴 하지만 경제고통지수가 역대 최고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국민의 마음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멀어진 것이 바이든 후보에 다가갔던 큰 요인이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할 경우 대내외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예상된다. 출범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자신이 부통령으로 일했던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에 성과가 컸던 핵심 정책을 중심으로 지우기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복원에만 나선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커다란 변화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정부 시절 크게 훼손된 다자 채널이 재가동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부통령으로 근무할 당시 강한 신념을 갖고 추진했던 파리 신기후 변화 협정에 적극적인 참가 의사를 밝힐 것으로 확실시된다. 신종 코로나비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별도의 국제보건기구를 설립할 가능성도 높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바로 기후변화시대다. 이상기온 등 기후변화야말로 생태적 대참사를 가져올지도 모르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다. 세계는 10년마다 0.2°C 속도로 더워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여름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폭염과 극심한 가뭄, 그리고 한국 등 동북아 지역의 긴 장마와 홍수 피해로 사망자가 급증했다.

그런 만큼 기후환경협약을 윤리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바이든 후보의 일관된 주장이다. 부통령으로 근무하던 오바마 정부 시절 8년 내내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포스트 교토의정서’ 논의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회원국은 윤리적 의무를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이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바이든 후보가 집권할 경우 세계 각국은 대책 차원에서 ‘그린 성장’과 기업 입장에서는 ‘그린 글로벌 스탠더드’를 맞추는 일은 그 어느 과제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에너지 청정형’으로 생산구조를 바꾸는 동시에 원자력, 풍력 등으로 에너지원을 다변화시켜야 생존이 가능한 시대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청정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바이오매스(Biomass) 에너지원이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이란 이상기온을 일으키는 주범인 이산화탄소(CO2)를 대체할 광합성 작용 등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저장한 식물성 유기체를 통칭하는 에너지원을 말한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바이오매스가 부상하는 데에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매스에서 추출한 바이오 연료 등은 에너지 자원을 재배?육성해 반복 생산할 수 있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이다. 또 바이오매스 자원은 에탄올, 디젤 등과 같은 액체연료나 메탄, 수소 등과 같은 기체연료로 변환해 기존의 석유나 가스의 대체에너지로 사용도 가능하다.


중국과의 경제 패권 다툼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대통령과 어느 정당이 집권한다 하더라도 미국 주도의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 유지는 최고 책무이자 지상과제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와 다른 점을 꼽는다면 ‘극한 대립?근립궁핍화’에서 ‘공생 대립?내부 역량 강화’로 수정해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부적으로는 자신의 역작이기도 한 ‘오바마 헬스 케어’를 우선적으로 복원한 방침임을 코로나19가 악화될 때마다 대선 과정에서 거듭 강조해 왔다. 미국 국민도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돼 취임 연설하는 자리에서 가장 먼저 국민에게 약속할 것으로 워싱턴 정가에서는 보고 있다.

모든 경제정책은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대책을 아예 일자리 대책으로 명명했다. 코로나 사태로 그 어느 분야보다 고용사정이 크게 악화된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오바마 정부 때보다 더 강화된 ‘일자리 자석 정책(employment magnet policy)’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정책도 고용창출계수가 높은 제조업 부활정책을 더 강화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적으로는 제조업을 다시 보자는 ‘리프레쉬’ 운동과 함께 해외에 나가 있는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까지 불러들이는 ‘리쇼오링’ 정책을 추진해 세계 공급망 중심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재편시킨다는 방침이다.

대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법인세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얼마나 올릴 것인가’에 있어서는 오바마 정부 시절의 35%로 환원시키는 사실상 어렵다.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트럼프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국가채무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28% 내외를 적정수준으로 꼽고 있다.

미국 의회를 비롯한 다른 기관과의 관계 개선에도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이 심했던 미국 중앙은행(Fed)과의 관계는 민주당 전통대로 Fed의 독립성을 중시해 나가는 방향으로 복원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후보가 집권할 경우 최대 과제가 될 코로나 사태로 풀린 초금융완화를 정상화시키는 출구전략 과제는 전적으로 Fed에게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의 관계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전적으로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정부 시절에도 통상을 비롯한 경제 관계에 있어서 미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은 집권 동안 중국에 편향적인 기조를 유지할 경우 트럼프 정부 때보다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한?미 간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오바마 정부 시절 때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는 소고기, 자동차,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압력이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후보가 집권하더라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정부의 ‘경제협력 네트워크(EPN)’ 구상에 한국이 계속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일 경우 갈등이 예상된다.

북한 정책은 트럼프 정부나 자신이 부통령으로 일했던 오바마 정부 시절보다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시보다 북한이 미국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는 한 북한과의 미온적인 관계 설정은 미국 국민으로부터 강한 저항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 시절처럼 북한의 고강도 도발로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오바마식 ‘전략적 인내’로 복귀(Strategic Patience 2.0)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략적 인내란 경제 제제와 압력을 지속하면서 북한이 굴복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개념이다. ‘보편적인 인권’을 강조하는 민주당 노선을 감안하면 양국 간 협상의 쟁점이 의외로 복잡하게 전개될 확률이 높은 것도 한국으로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이유다.

추진 방법에 있어서는 트럼프 정부처럼 한국을 배제한 북한과의 쌍무적인 방법보다는 한국과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UN 등과의 다자 틀 내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정부가 미해결 과제로 남길 주한 미군 철수와 방위비 분담 문제도 바이든 정부가 집권할 때에도 계속해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