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옵티머스펀드 스캔들로 금융감독당국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사모펀드 사기를 사전에 막고 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금융감독원은 담당 직원이 룸살롱에서 향응을 받으며 기밀자료를 사기 주모자에게 넘겼다. 또 전직 간부는 수천만원을 받고 사기 펀드에 금융사를 연결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이 그러는 동안 지휘·감독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뭐하고 있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경험칙으로 예상컨대 이들은 결국 웃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당국의 비리는 잊혀지고 감독 강화를 빌미로 조직이 커져 권한은 확대될 게 뻔하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이런 ‘해피엔딩’이 예고됐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예산과 조직이 금융위에 예속돼 있어 시장 상황을 즉시 감독집행에 반영하기 참 어렵다”며 “조만간 금감원 독립 계획서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감독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감사원 지적을 거론하며 “조치를 이행 중”이라고 했다. 두 기관 모두 이참에 조직을 키우겠다는 속셈을 감추지 않은 셈이다.
사고가 터지고 핑계만 생기면 조직을 확대하는 건 금융당국의 오랜 전통이자 특기다. 재발 방지를 위해선 시장을 감시하고 관리할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명분에서다. 금감원은 지난해 발생한 파생결합펀드(DLF) 사고를 계기로 올초 소비자보호 조직을 키웠다.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종전 6개 부서 26개 팀에서 13개 부서 40개 팀으로 늘리고 인력도 79명 증원해 238명으로 불렸다. 이렇게 야금야금 늘리다 보니 2008년 출범 당시 각각 209명과 1589명이던 금융위와 금감원 직원 수는 올 6월 말 현재 314명과 1981명이 됐다.
다른 부처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마자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격상하고, 집값 급등엔 부동산시장감독기구를 신설하겠다는 게 공무원들의 발상이다. ‘큰 정부’를 지향하는 문재인 정부를 만나 날개를 단 공무원 조직은 가파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지난 3년간 늘어난 국가공무원만 3만6383명에 달한다. 지방직을 포함하면 전체 공무원은 2016년 말 102만9528명에서 작년 말 110만4508명으로 3년간 7.3%(7만4980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 수 증가율 2.7%의 세 배에 가깝다.
늘어난 공무원은 가만히 앉아 세금만 축내지 않는다. 대개 할 일을 만드는데 민간 입장에서 보면 그게 대부분 규제다. 정부 조직이 커지고 규제가 늘어나면 민간의 대관(對官) 로비 수요는 증가하기 마련이다. 여기서 공무원들은 부수 효과를 얻는다. 퇴직 후 일자리다. 민간의 로비 수요와 규제기관 OB들의 몸값은 정비례한다. 이들 전관(前官)을 매개로 규제 기관과 민간 조직 간 로비 생태계가 형성된다. 라임펀드가 정·관계에 두루 줄을 대고, 옵티머스펀드는 전직 경제부총리와 검찰총장 등으로 호화 고문단을 짠 것이 이 생태계의 단면이다. 주요 금융협회장을 금융위와 금감원 출신 ‘관(官)피아’가 장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로비 생태계가 자칫 궤도를 이탈하면 또 다른 사고의 불씨가 된다. 라임과 옵티머스펀드 스캔들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 ‘사고 발생→감독조직 확대→ 규제 강화→ 로비 증가→사고 재발’이란 악순환이 반복되는 게 우리 금융산업의 현실이다. 시장에서 보면 악순환이지만 감독당국 입장에선 일자리와 권한 확대의 선순환이다. 시장에서 사고가 터지면 공무원들은 뒤돌아서 웃는다는 게 괜히 나온 얘기가 아니다.
분명한 것은 라임·옵티머스펀드 사기가 감독당국의 인력과 권한 부족 때문에 터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감독기관의 규제 권력이 커져 로비 대상이 되고, 그 과정에서 조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지 못한 게 근본 원인이다.
이번 펀드 스캔들의 대책은 감독당국의 조직 확대와 규제 강화로 이어져선 안 된다. 그 반대여야 한다. 시장 감독을 빙자한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게 먼저다. 규제가 줄어야 로비 수요도 감소하고, 당국은 진짜 필요한 감독에 집중할 수 있다. 사고가 터지면 당국이 더 이상 웃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금융사고 방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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