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바이텍, 美·유럽 바이어 요청에 국내 유턴

입력 2020-11-04 16:57
수정 2020-11-12 19:21


가산동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 안에 ‘메디니스’ 브랜드로 알려진 28년 전통 안마기 제조기업 미래바이텍 본사가 있다. 이 회사는 2017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문닫을 위기에 처하자 중국 광둥성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그로부터 3년 뒤 이 회사는 일부 생산시설을 한국으로 옮기기로 했다. 경기 수원산업단지에 공장을 신축해 내년 1~2월부터 신제품(사진·부츠형 발관리기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김락기 미래바이텍 사장은 “내년부터 신제품 양산은 한국에서 하게 된다”며 “이번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으로 한국에서 50~100명의 인력을 고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이 리쇼어링을 결정한 것은 미국과 유럽 바이어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그는 “미국 내 시어스백화점과 홈쇼핑업체 QVC 등 중산층 이상 소비자를 겨냥한 유통 채널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보다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선호하면서 공장 이전 수요가 커졌다”고 했다. 미국 내 반중국 정서가 강해지면서 중국 제품 수입에 대한 규제가 잇따른 반면 한국은 모범적인 코로나19 방역 국가로 신뢰를 얻은 영향도 컸다는 설명이다.

국내 매출 비중이 70%가량인 미래바이텍이 겨냥하는 곳은 북미 수출시장이다. 김 사장은 “안마기의 주요 고객군은 중산층 이상과 고령층이기 때문에 미국 내 백화점과 홈쇼핑 채널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리쇼어링을 통해 중국 임금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인건비를 부담하게 됐지만 생산 효율로 이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중국 공장의 불량률과 근로자의 숙련도, 시간당 효율 등을 비교해보면 한국이 나은 면도 있다”고 했다. 미래바이텍은 내년 초 아마존 입점을 목표로 이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의료기기 인증을 받아 본격적인 북미 수출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중국에 있는 국내 중소기업은 1만 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국내 기업 유턴법(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올 8월까지 유턴 기업으로 선정돼 보조금을 받은 업체는 80개로 대부분 중국에 진출했던 국내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국내의 높은 인건비와 규제 장벽이 이들의 유턴을 가로막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각종 인증 규제 등으로 국내 기업 환경은 여전히 좋지 않다는 인식이 대부분”이라며 “리쇼어링 대신 베트남, 태국,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로 이전을 택하는 중소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