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호주에 무역공세를 전방위로 넓히는 분위기다. 자국내 상품 거래상에게 구두로 호주산 제품을 수입하지 말라는 '블랙리스트'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호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제 조사를 주장한 이래 각종 호주산 상품 수입에 제한 조치를 걸고 있다 .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호주산 원자재 다수와 식료품 등 상품을 수입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자국 상품거래상 등에 구두로 '호주산 블랙리스트'를 전달했다. 석탄, 보리, 구리, 설탕, 목재, 와인, 바다가재 등이 이 목록에 들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수입업자들이 호주산 밀 등을 수입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미 호주산 밀 등을 수입하지 말라고 지시받은 수입업자들은 공식문서를 통해서가 아니라 구두로 이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공식 문서를 쓸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배하게 되기 때문에 구두 지시를 통해 '사실상 수입 금지' 조치를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교역상대국이다. 호주가 지난 4월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해 국제 조사를 요구한 이후 호주에 대해 각종 무역 제한 조치를 내걸고 있다. 사실상의 무역 보복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정치적 이유로 호주에 대해 일방적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 5월엔 호주 도축장 네 곳에서 생산된 쇠고기에 대해 수입을 금지했다. 호주산 보리에는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 당국은 자국민에 대해 호주 유학과 관광을 자제하라는 권고도 내렸다.
지난달엔 중국 내 발전소와 제철소들에 호주산 발전·제철용 석탄 수입을 중단하도록 구두로 통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말부터는 수입 대금을 이미 결제해 중국 항만에 도착한 호주산 상품에 대해서도 통관을 막았다.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는 호주산 바닷가재(랍스터) 20t이 중국 상하이 푸둥공항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세관 검역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난 2일 보도했다. 중국이 새 통관검사 항목을 추가해 절차를 지연하는 바람에 랍스터가 페사 위기에 몰렸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해관이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관련 법에 따라 수입 해산물을 검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왕 대변인은 같은날 호주산 원목에서 해충을 발견했다는 이유를 들어 호주산 원목에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다고도 밝혔다.
중국은 주로 호주산 수입 비중이 높은 부문을 골라 이같은 제한조치를 취하고 있다. 중국의 입김이 큰 산업부문을 옥죄면 그만큼 호주가 받는 타격이 커서다.
랍스터와 목재는 호주의 중국 수출 의존도가 특히 높은 상품이다. 호주의 2018/2019년도 랍스터 수출 규모 중 94%를 중국이 사들였다. 작년 6월부터 지난 6월까지 1년간 호주 목재 수출 물량 중 84%는 중국으로 갔다.
이번 조치로 호주 와인업계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은 호주 고급와인의 최대 구매국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최근 소비를 늘리고 있는 철광석과 천연가스는 '블랙리스트'서 제외했다고 보도했다. 호주는 고품질 철광석 생산국이라 공급망 대체처를 찾기 힘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호주산 철광석에 수입 제한을 걸면 오히려 자국 경제에 타격이 온다"고 설명했다.
호주 시드니 소재 싱크탱크인 로위인스티튜트의 리처드 맥그리거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호주산 상품 중 상당수에 대해 공급망을 교체할 수 있다고 앞서 경고했고, 이제 본격 행동에 나서는 것"이라며 "중국이 호주에 무역공세를 펴 다른 나라에 본보기로 삼겠다는 각오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