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단백질 시장이 커지고 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홈트레이닝과 면역 강화가 전 연령대의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단백질 시장에 뛰어든 국내 주요 식품회사들은 먹기 편한 제품, 다양한 기능성 원료를 넣은 제품 등을 속속 출시하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500억원대였던 국내 단백질 식품 시장은 올해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생존과 진화를 위해 인류가 선택했던 영양소였던 단백질이 이제 '몸 만들기'의 필수요소이자 욕망의 대상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이어트 대신 단백질 식품회사들은 수 년간 기능성 식품을 만들 때 '다이어트'에 집중했다. 최근 다이어트의 자리를 '단백질'이 차지하고 있다. 근육을 늘리고 체형을 바꿔 더 건강한 몸을 만들겠다는 소비자들의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구글 트렌드 검색에서 5년 전만 해도 '다이어트'와 '단백질'의 검색량은 5배 이상 차이가 났다. 올 들어 검색량은 거의 비슷해졌다. 코로나19로 홈트레이닝이나 요가, 필라테스, 달리기 등이 주목 받으며 '아령'과 '경제'를 합친 용어인 '덤벨경제'가 급성장했다.
단백질 시장을 키우고 있는 건 식품회사다. 매일유업은 2018년 10월 ‘매일헬스 뉴트리션’이라는 영양설계 전문 브랜드를 만들어 '셀렉스'라는 제품을 출시, 시장을 열었다. 식품업계 최초로 매일사코페니아연구소를 세우고 경희대 의대, 아주대병원 등과 근감소증 예방 연구를 한 결과다. 매일유업은 근육 감소를 막아주는 성인용 분유인 코어프로틴, 마시는 고단백 멀티비타민, 셀렉스 뉴트리션바 등을 내놨다. 올 들어 셀렉스는 운동할 때 최적화된 '스포츠 웨이프로틴 드링크'와 피부건강 솔루션인 '셀렉스 밀크세라마이드'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며 연매출 500억원 달성을 앞두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4월 '닥터유 단백질바'가 인기를 끌자 지난 6월 간편하게 마시는 단백질 보충제 '닥터유 드링크'를 내놨다. 제과회사로는 이례적으로 마시는 단백질 시장에 진출했다. 달걀 2개 분량의 '우유 단백질'을 활용해 바나나맛, 초코맛 등 2종으로 출시해 5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50만 병을 기록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음료 시장은 정체되고 있지만 단백질 시장은 커지고 있어 음료 단백질 제품을 내놨다"며 "2030세대가 많은 도심 지역 편의점에서 매출의 60%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매일유업과 오리온은 중국에도 진출해 각각 '닥터유'와 '셀렉스' 브랜드로 판매 중이다. ◆음료 우유 제과업계 키워드 '프로틴' 후발 주자들도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빙그레가 요플레에 '프로틴'을 첨가해 출시한 '마시는 요플레 프로틴'과 '떠먹는 요플레 프로틴'은 판매량이 월 50만 개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은 건강기능식품 전문기업 에이플네이처의 칼로바이와 손잡고 마시는 고단백질 '퍼펙트 파워쉐이크'를 내놨다. 편의성이 좋은 액상 컵 형태로 개발됐다. 이마트는 요거트 전문기업 '풀무원 다논'의 고단백 발효 요거트 '오이코스'를 단독 출시하기도 했다. 분유회사 일동후디스도 지난 2월 '하이뮨 프로틴 밸런스'를 출시해 월평균 매출 성장률 30%를 달성 중이다.
건강을 위해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건 세계적 현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미국인이 가장 많이 관심을 보이는 식품과 영양 트렌드는 '고단백 식단(34%)'이었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 81%는 식자재를 구매할 때 '단백질'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답했다. 단백질 강화식품은 중장년층과 10~20대 등 전 연령대에서 주목 받으며 2017년 약 13조원에서 2025년까지 약 32조88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