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앞두고 금융시장이 초긴장 상태에 들어간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이달에 1110~1150원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누가되든 금융시장 충격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대선에서 패배한 쪽에서 결과에 불복하고, 미국 각지에서 이에 호응해 폭력사태가 불거질 경우 금융시장이 패닉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만큼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환율은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바이든 당선 땐...환율 1110원도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1시5분 현재 1원50전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135원10전에 거래중이다. 환율은 이날 60전 내린 달러당 1133원에서 출발해 이후 상승폭이 커졌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 투자자들이 숨죽이며 예의주시하는 만큼 이날 환율 등락폭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미 대선은 3일 오전 0시(현지시간·한국시간은 3일 오후 2시)에 시작된다. 대선 투표는 한국시간으로 4일 오후 3시에 하와이와 알래스카에서 끝나지만 대선 윤곽은 4일 오후 1시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역대 대선일 전후로 원·달러 환율은 큰 등락을 보였다. 예상한 후보가 당선될 경우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내렸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면 달러를 비롯한 안전자산 선호도가 치솟으면서 원·달러 환율은 올라갔다.
2012년 11월7일 미국 대선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예상대로 승리했다. 이 소식이 알려진 11월7일 달러가 약세를 보이며 원·달러 환율은 5원30전(0.49%) 떨어진 1085원40전에 마감했다. 이후 소폭의 등락을 오가더니 그해 12월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2012년 말 1070원70전에 마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시 경기부양책과 신성장산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달러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한 것이다.
2016년 미국 대선은 예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트럼프 당선 소식이 알려진 2016년 11월9일 코스피는 2.25% 떨어진 1958.38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3% 넘게 급락했다. 환율은 14원50전(1.3%) 오른 달러당 1149원50전에 마감했다. 트럼프 당선 소식이 알려진 이후 일주일새 환율이 35원60전(3.1%)이나 급등했다. 이후 에도 오름세를 이어가더니 그해 말인 12월29일(1207원70전) 1200원을 넘어서며 장을 마감했다. 대선불복 사태 우려...2000년 美 대선 재개표 때 환율 82원↑ 하지만 이번에는 금융시장이 두 후보 승리 가능성을 모두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달러 약세는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고 민주당이 상원도 장악하는 이른바 '블루웨이브'(민주당 상징인 파란색 물결)를 선반영했다"며 "바이든이 당선되어도 달러 약세 흐름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달 환율이 1110~1150원선에서 거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상과 달리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도 단기간 달러 강세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적극적 재정부양을 펼치는 동시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지할 것인 만큼 달러약세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악의 경우는 패배한 쪽에서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것이다. 이 경우 대법원 판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가 나오는 올 12월까지 외환·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00년 11월8일 대선 과정에서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엘 고어 당시 민주당 후보의 재검표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인 35일(2000년 11월8~2000년12월12일) 동안 한국 금융시장이 출렁인 것만 봐도 그렇다. 미국 대선 재검표가 진행 중이던 2000년 12월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17원10전에 마감하며 대선일인 같은 해 11월8일과 비교해 82원80전(6.8%)이나 치솟았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