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난이 심각해지면서 곳곳에서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같은 아파트에서 전셋값이 두 배까지 차이나는 이상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전셋값 급등으로 대출이 늘었고, 서울을 떠나는 경기도에서 터를 잡는 인구도 역대급이 됐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국회의원의 질의에 국토교통부 장관은 "우리 아파트는 가능하다"고 발언해다고 역풍을 맞았습니다. 오늘도 부동산과 관련된 뉴스를 전해드립니다.
◆ 10월 가계대출 역대 두번째 증가폭
첫 번째 뉴스입니다. 전세자금 대출이 늘면서 지난달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전달보다 10조원 넘게 증가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968조5000억원이었습니다. 한 달 새 10조6000억원 늘어난 겁니다. 월간 가계대출 증가 폭으로는 지난 8월(11조7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입니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은 전달보다 6조8000억원 증가했습니다. 전세자금대출은 3조원이 늘었습니다.
◆ 치솟는 전셋값에 ‘탈서울’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서울 거주자가 경기도에서 사들인 아파트가 3만3000가구를 넘었습니다.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지난 1~9월 서울 거주자가 사들인 경기도 아파트는 3만3695가구였습니다. 경기도 고양시와 남양주·김포 등에 매수자가 몰리면서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경기도 아파트를 많이 사들였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김포시에서는 서울 거주자가 산 아파트가 예년 수준(288가구)의 세 배를 넘었습니다. 김포시는 서울에서 인접했지만, 정부가 규제지역으로 묶지 않다보니 수요자들이 몰렸습니다. 정부가 한쪽을 규제지역으로 묶으면 다른 쪽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겁니다.
◆같은 아파트 다른 전셋값…신규 8억·갱신 4억
한 단지에서 같은 주택형의 전셋값이 두 배나 차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세 매물 품귀로 새로 계약을 맺는 전셋값은 크게 치솟았지만, 기존 계약을 갱신할 땐 전셋값을 최대 5%까지만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59㎡는 지난달 5일 14층 매물이 11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나와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같은 주택형 15층 매물이 절반 수준인 5억5860만원에 전세계약을 맺었습니다.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5억원 이상 벌어지는 전세계약이 나오고 있습니다. 규제가 부른 ‘이중 가격’ 현상인 겁니다. 전문가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임차인의 경우 당장은 싼 가격에 전세를 살지만 2년 뒤에는 너무 올라버린 전셋값 때문에 새로 이사갈 집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서울 아파트 디딤돌대출로는 못 사요” 김현미 “일산선 살 수 있어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경기도 일산 소재 자택이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디딤돌 대출을 받아 살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한 데 대해 주민들이 '발끈'했습니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 평균은 약 10억원인데, 디딤돌 대출의 한도가 너무 낮다'는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의 지적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저희집 정도는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디딤돌 대출은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주택도시기금 대출 사업입니다. 가격 5억원 이하, 주거전용면적 기준 85㎡(수도권을 제외한 도시지역이 아닌 읍 · 면 지역은 100㎡까지) 이하 주택을 마련할 때 최대 2억6000만원(2자녀 이상인 경우)까지 대출받을 수 있습니다.
김 장관 발언이 전해지자 김 장관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주민연합회는 '규탄 성명'을 내고 "장관 본인 소유 아파트의 정확한 시세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부정확한 가격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매우 경솔한 언행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장관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전용 84㎡형의 평균 매매가는 4억원대입니다. 디딤돌 대출 요건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김 장관이 사는 면적(전용 146㎡)은 5억원이 넘는데다 면적 또한 대형이어서 대출이 불가능합니다.
식후땡 부동산은 한국경제신문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에서 '오디오'로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