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이 유지된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밝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사직서를 반려하고 홍 부총리를 재신임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주주 관련 질의를 하자 “최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어 “지난 2개월간 갑론을박 상황이 전개된 데 대해 누군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그는 “공직자로서 아무 일 없이 10억원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고도 했다.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은 올해 10억원 이상에서 내년 3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이었다. 2018년 2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결정됐다. 하지만 당정은 개인투자자 반발과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점 등을 고려해 대주주 기준 확대를 유예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공평 차원에서 기존에 발표한 방침대로 가야 한다고 봤다”고 했다.
홍 부총리가 사의를 결심한 데는 아파트 공시가격 반영률에 대한 여당과의 이견도 한몫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2030년 90% 방침을 밝혔는데 여당이 80%로 속도조절을 주문하자 사표를 생각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홍 부총리가 국무회의 직후 사의를 밝혔으나 대통령은 바로 반려한 뒤 재신임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저는 사의를 밝혔고 후임자가 청문회를 거쳐 올 때까지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사직서를) 타이핑을 쳐서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인편으로 보냈다”고 했다.
서민준/김형호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