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현대자동차 노조 지부장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후 처음 만난 자리에서 “품질 문제에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언급해 눈길을 끈다. 정 회장이 “산업의 격변을 헤쳐나가려면 노사관계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 데 대한 화답이었다. 현대차 노조는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위기에 빠지자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유지될 수 있다”며 투쟁 일변도에서 탈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2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협상에 합의해 11년 만에 임금을 동결한 게 대표적이다. 어제 발언도 이런 움직임과 일맥상통한다.
‘강성 노조’의 대명사 격인 현대차 노조의 달라진 모습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왕에 노조가 과거에 비해 성숙해진 인식을 보여줬으니, 이제는 실천으로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현대차의 품질 경쟁력이 많이 개선됐다지만 낮은 생산성과 황당한 생산관행이 여전한 게 현실이다. 지난달 현대차 울산공장에선 할당된 업무를 일부 직원에게 몰아주고, 나머지는 노는 이른바 ‘묶음작업’이 적발됐다. 정해진 근무시간을 채우지 않고 근무지를 이탈하거나, 조기 퇴근한 직원 300여 명이 징계를 받은 지 석 달 만이다. 최근 잇따른 전기차 ‘코나’의 원인 모를 화재도 현대차의 발목을 잡을 위협요인으로 꼽힌다.
노조가 변하고 있다지만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하면 노사관계가 후진적이란 점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일본 도요타는 노조가 자발적으로 사측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제안했다. 그 결과 성과평가로만 임금을 결정하는 새 임금제도가 내년부터 전면 시행된다. 도요타의 수익성이 세계 최고인데도 ‘미래차 경쟁에서 테슬라 등에 뒤진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였다.
현대차가 탄탄한 내수와 미국시장에서의 약진에 힘입어 선전 중이기는 하지만 나라 밖 코로나 2차 확산으로 언제든 환경이 악화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마당에 노조가 “내년 교섭에선 회사의 화답이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압박하는 것을 보면 노조의 변신에 대한 평가는 유보해야 할 듯하다. 지금은 똘똘 뭉쳐 미래차 시장의 우위를 점하는 데 전력투구해야 할 때다. “노사가 따로 없다”는 얘기가 빈말이 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