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 쉽게 딴다"…온라인교육 몰린 변호사들

입력 2020-11-03 17:12
수정 2020-11-04 00:58
올해 변리사 자격을 취득하려는 변호사 숫자가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하면서 변호사와 변리사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변리사 실무수습 집합교육’을 온라인으로만 진행키로 하자 변호사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두 업계의 해묵은 ‘업무영역’ 다툼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3일 특허청 산하 국제지식재산연수원에 따르면 최근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변리사 실무수습 집합교육에 236명이 모였다. 당초 356명이 신청했는데 교육비 납입까지 마친 변호사는 236명이었다. 예년(30~50명대) 수준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변리사는 산업재산권 출원 및 분쟁 심판·대리 업무 등을 맡는 전문직이다.

원래 변호사는 별도의 교육 없이 등록만 하면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변리사법 개정으로 2017년부터 변리사시험 합격자와 동일하게 국제지식재산연수원에서 250시간의 집합교육을 받고, 현장연수 6개월을 이수해야 변리사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법조계에선 대전(연수원)에서 기숙생활을 하는 대신 편리하게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 올해 신청이 급증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송무·자문 등 전통적인 법률시장의 불황이 심해지면서, 변리사 등 인접 직역으로 눈을 돌리는 변호사들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신청자가 급증하자 대한변리사회가 즉각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달 말 변리사회는 “집합교육을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은 위법성 여지가 있고, 대규모 온라인 교육으로 인한 실무수습 부실화 우려가 있다”며 “일정을 연기하더라도 오프라인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매년 변리사시험을 통해 배출되는 신규 변리사가 200명 수준”이라며 “표면적으론 교육 부실 문제 등을 지적했지만 변리사 시장이 변호사들로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지식재산연수원이 변리사회 주장을 받아들여 당초 5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던 수습교육을 잠정 연기한다고 공지하자, 이번엔 변호사들이 반발했다. 직역수호변호사단(상임대표 김정욱 변호사)은 “변리사법 등에 집합교육을 반드시 대면강의로 해야 한다고 볼 만한 규정이 없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른 교육기관에서도 비대면 교육의 효과를 오프라인과 동일하게 인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대한특허변호사회, 한국법조인협회 등도 최근 잇달아 비판 성명을 냈다. 설전이 오가면서 결국 연수원은 5일부터 예정대로 교육을 진행하되, 2주 동안 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하는 절충안을 2일 내놨다.

두 업계의 갈등은 이번만이 아니다. 온라인 교육 방침이 알려진 지난달 변리사 실무수습 교육을 신청하는 변호사가 급증하자, 지식재산연수원 측은 예고 없이 ‘정원 제한’ 방침을 공지했다가 변호사들의 반발로 철회한 바 있다. 특허변호사회가 현재 다소 포괄적으로 규정된 변호사의 직무범위에 ‘특허, 세무, 노무’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어서 변호사와 변리사·세무사·노무사 사이의 입법전쟁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