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학주 농협중앙회 CIO "유동성 장세 끝날 때 대비해야"

입력 2020-11-03 17:08
수정 2020-11-04 01:03
농협중앙회는 전국 1100여 개 지역농협(점포 4500여 개)의 중앙회 예치금을 관리하기 위해 ‘상호금융 특별회계’를 운용하고 있다. 투자 운용자금(AUM)만 110조원에 달한다. 예치금 이자 지급, 재적립 등으로 활용하면서 지역농협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다.

110조원을 운용하는 박학주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자산운용본부장(CIO·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자본금이 별도로 없는 상호금융 특별회계의 특성 때문에 절대수익과 공공성을 중시하는 운용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매년 운용 규모가 증가하고 있지만 다른 연기금이나 공제회와 달리 자본금이 없고 그간 쌓아놓은 적립금으로만 손실을 메울 수 있기 때문에 매년 안정적인 농축협 예수금 이자 지급을 위해 채권 투자에 주력한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매해 예치금 평균이율(2021년 1.5% 안팎 예상)보다 0.8~0.9%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달성해야 조합 운영비 등을 포함한 수지를 맞출 수 있다.

농협중앙회는 국내 채권시장의 최대 큰손이다. 전체 운용자산의 80%를 채권에 할당하고 있다. 국내 채권에 85%, 해외 채권에 15%를 배분한다. 채권을 제외한 두 번째 투자처는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를 포함한 대체투자(10%대 초반)다. 나머지 일부를 주식에 투자한다. 그는 “농협의 성격 때문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의 개념이 자리잡기 전부터 공공성을 중요하게 고려해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평소에는 신중한 스타일이지만 때론 승부사 기질도 과감히 발휘하는 편이다. 올 들어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따른 미국 중앙은행(Fed)의 대응으로 시장이 크게 요동쳤을 때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3~4월 해외채권시장에서 우량 기업과 비우량 기업 채권 간의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급격히 벌어졌을 때 A-와 BBB+ 등급 채권을 1조2000억원가량 사들여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며 “주식시장에서도 거의 바닥에서 사고 손절매는 유보해 시장수익률 대비 초과수익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지금은 시장에 넘쳐나는 유동성을 활용해야 할 때”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언젠가 올 ‘유동성 파티의 끝’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본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회수에 나설 것이고 이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미국 Fed가 목표로 하는 실업률에 도달할 때가 전 세계 자산 가격이 조정받을 때”라고 그는 봤다.

박 본부장은 “지금부터 만기 상환되는 채권에서 들어오는 자금을 (유동성 회수 정책에 영향을 덜 받는) 만기가 짧은 쪽에 투자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중”이라고 했다.

농협중앙회는 대체투자 비중을 앞으로 계속 늘릴 계획이다. 지분성 투자를 특히 확대할 예정이다. 박 본부장은 “분산투자로 연평균 10% 중반대 수익률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김채연/이상은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