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장인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사진)이 당 지도부 회의에서 팽창 일변도인 정부 복지예산에 대해 ‘작심 발언’을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정부 복지예산에 상응해 내야 하는 지방비 부담이 급증하면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염 최고위원은 2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국 기초지방정부의 사회복지 분야 예산 비중이 평균 40%에 이르고 있다”며 “이 복지 분야 예산의 90%는 기초연금 아동수당 장애인연금 등 중앙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국고보조 사업에 매칭하는 의무적 부담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기초지방정부의 재정 부담도 매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부산 북구청은 2019년 총예산에서 복지예산이 무려 70%에 달해 자체 인건비 편성조차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이런 실정에 놓인 전국 시·군·구 지자체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복지전달체계로는 지방정부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만큼 전국·보편적 소득보장성 급여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 소속인 이시종 충북지사도 지난달 민주당과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정부 예산 사업에 대한 지방비 매칭과 관련해 “지방비 부담이 계속 늘어나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등은 지난 4월 성명서를 내고 전국적·보편적 복지급여를 전액 국비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소속인 정명희 부산 북구청장은 지난해 1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청원 편지에서 “기초연금이 오르며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국고보조금 방식의 사회복지 예산이 증가하면 이에 상응한 지방비 부담도 늘어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0년 지자체가 받는 국고보조금은 60조7488억원으로 추산된다. 2019년보다 10.5% 증가한 수치다. 지자체가 지급받는 국고보조금에 대응해 내야 하는 지방비도 같은 기간 26조4998억원에서 28조5558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고보조금은 지자체가 수행하는 사무에 대해 ‘일부’를 국가가 보조해 주는 예산이다. 이 때문에 국고보조금 증가는 지자체의 예산 부담 가중뿐 아니라 자체 사업의 예산 경직성 등을 초래한다는 것이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이다. 기초연금만 해도 전국 지자체 부담액은 지난해 3조2457억원에서 올해 3조6315억원, 2021년에는 4조2174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긴급사태로 편성되는 재난지원금도 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지사들은 1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국가가 전액 부담해 모든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공동 촉구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정부 방침대로 지자체가 20% 재원을 부담하면 재정난이 심화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에 정부는 소득상위 30%에 한해 1차 재난지원금을 전액 국비로 지급했다. 이후 2차 긴급재난지원금은 모든 대상자에 대해 전액 국비로 처리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