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드노믹스의 정체성

입력 2020-11-02 17:46
수정 2021-07-21 14:43
미국 상원에서 36년, 백악관에서 8년간 일했던 대통령선거 후보가 자신의 정책을 굳이 유권자들에게 알려주려 할 필요는 없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좋든 싫든 자신의 정책적 유산이 남아 있다. 그 기록을 흐리기 위해 바이든 캠프는 역사를 다시 쓴다고 얘기하고 있다. 심지어 세금을 부과하고, 정부 지출을 늘리며, 규제도 강화하면 지금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유권자들을 설득한다. 바이든 후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보다 세금을 3배 올리고, 정부 지출을 2.7배 늘리는 등 미국에선 전례없는 수준으로 경제를 규제할 계획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난 직후인 2010년 초 오바마-바이든 정부는 향후 7년간 국내총생산(GDP)이 평균 3.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의회예산처가 같은 기간 GDP 증가율로 예측한 3.3%에 비해 높았다. 하지만 오바마 정권의 경제정책이 실질적으로 먹힌 집권 후반기 이후 미국 GDP 증가율은 80년 만에 최저치인 2.2%로 떨어졌다. 미국 GDP는 2016년만 해도 2010년 전망치보다 1조7000억달러나 적었다. 그해 미국인은 1인당 평균 5238달러의 손해를 봤다. 성장이 주춤하자 연방 세입은 줄고 국가 부채는 급증했다. 증세 등 오바마 시절과 판박이오바마 정권은 ‘구조적인 장기적 침체’를 탓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정책을 바꾸자 침체의 구름은 걷혔다. 2019년 평균 가계소득은 오바마 대통령 재임 7년 동안 연평균 증가율의 6배 이상 높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부 바이든 후보 지지자는 빌 클린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동일시하곤 한다. 하지만 클린턴 정부의 경제정책은 오바마 시절과 다르다. 클린턴이 세금을 인상하고 의료 국유화를 시도하자 유권자들은 1994년 공화당에 의회 주도권을 넘기면서 그의 정책을 거부했다. 클린턴은 지출 삭감, 예산 조정, 복지 개혁, 세금 감면, 규제 억제 등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세금 인상과 의료보험 국유화 등으로 2010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에 표가 몰리면서 유권자들의 견제를 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고 세금 인상과 규제 강화, 재정지출 확대에 더 집중했다.

오바마-바이든 정부 시절의 이런 진보적 프로그램이 실패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바이든-해리스가 오바마 정권 때 감히 시행하지 못했던 수준의 사회주의 프로그램으로 성공한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집권땐 정책실패 불보듯 뻔해수입 감소와 가정의 자유를 희생하더라도 더 큰 정부를 원하기 때문에 바이든-해리스를 찍는 사람들은 투표하는 목표를 성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큰 정부와 더 많은 기회, 자유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실망할 것이다. 더구나 트럼프를 싫어해 바이든-해리스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은 나중에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하는 회의감만 남을 것이다.

바이든 정권은 백악관과 의회를 장악한 뒤 그린 뉴딜로 화석연료산업을 죽이고, 주의 노동법을 무시하고, 컬럼비아와 푸에르토리코를 주(州)로 인정해 상원 수를 늘리고, 재정 지출 규모를 확대하고, 한계 세율을 올릴 것이다. 미국은 당신이 태어난, 아니면 기회를 찾기 위해 온 나라에 걸맞은지 의문스럽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필 그램 전 미 상원 금융위원장과 마이크 솔론 미국정책계량센터 파트너가 공동 기고한 ‘Bidenomics Failed the First time’을 정리한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독점제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