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대선을 이틀 앞둔 1일(현지시간) 경합주 공략에 총력을 쏟아부었다. 여론조사에서 뒤지는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동안 전용기를 타고 남·북부 5개 주를 도는 강행군을 했다.
바이든은 전국 선거인단(538명 중) 20명이 배정된 초접전지 펜실베이니아 공략에 집중했다. 바이든은 마지막 유세일인 2일에도 펜실베이니아에서 유세에 나설 계획이다. 트럼프, 새벽 1시까지 현장 연설트럼프는 이날 오전 백악관을 출발한 뒤 미시간과 아이오와,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플로리다 등 5개 주를 연속 방문했다. 직선거리로 따져도 이동 거리가 2300마일(약 3701㎞)에 달했다. 대신 모두 공항에 유세장을 마련했다.
마지막 방문지 플로리다의 남부 소도시 오파로카에선 밤 11시50분부터 한 시간 넘게 연설해 새벽 1시에야 끝이 났다. 플로리다주에선 밤 11시 이후 이동을 제한하는 통행 금지령이 있지만 트럼프와 수천 명의 지지자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 연설은 유튜브로도 생중계돼 1만2000여 명이 지켜봤다.
트럼프는 “바이든은 자신이 지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고 자신감을 보인 뒤 “급진 좌파인 바이든이 집권하면 경제를 무너뜨리고 세금폭탄을 안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바이든은 25년 전에도 똑똑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치매 때문에) 당시의 절반도 안 된다”고 조롱했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이 전날 텍사스에서 민주당 유세 버스를 포위하며 위협한 데 대해 “우리 사람들은 어제 버스를 보호하고 있었다”며 “멋지다(nice)”고 표현했다. 그는 2일에도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미시간 등 4개 경합주에서 다섯 차례 유세를 할 계획이다. 펜실베이니아 올인하는 바이든바이든은 펜실베이니아 표심 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전통적인 민주당 우세 지역이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치분석 매체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시행한 여론조사를 집계한 결과 바이든 지지율은 49.7%로, 트럼프를 4.3%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바이든은 필라델피아를 찾아 “바이러스를 없애려면 먼저 트럼프를 물리쳐야 한다”며 “그가 바로 바이러스”라고 공격했다. 그는 자신이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났고, 필라델피아 출신 아내를 뒀다며 개인적 인연을 강조했다.
흑인 표심을 겨냥한 발언도 쏟아냈다. 그는 코로나19로 흑인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며 “우리는 구조적인 인종 문제를 다루고 흑인 사회를 위한 진정한 경제적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60만여 명이 거주하는 필라델피아에선 흑인 비중이 44.1%로, 백인(35.8%)보다 높다. 민주당은 2016년 흑인과 라틴계, 젊은 층 투표율이 저조했던 게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가 패배했던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SNS에서도 불붙은 흑색 비난전트럼프와 바이든은 소셜미디어에서도 치열한 유세전을 펼쳤다. 직접적인 상대 비난이 주를 이뤘다. 트럼프는 “2009년 부통령이던 바이든이 돼지독감 발병 때 형편없는 관리 능력을 보여줬는데 지금 코로나만 얘기하고 있다”며 “바이든이 집권하면 경제까지 엉망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바이든이 당선되면 총기 소유를 허용한 수정헌법 2조를 무력화시킬 것이라며 보수층을 자극했다. “바이든은 폭도를 보호한다”고도 했다.
바이든은 “트럼프는 100년 만에 최악의 실업률을 만든 대통령”이라며 “기후변화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라고 조롱했다. 또 “트럼프가 코로나 관리를 포기한 탓에 23만 명 넘는 미국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