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사망' 아닌 '극단 선택'이라는데…동기 못 찾은 경찰

입력 2020-11-02 13:54
수정 2020-11-02 13:56

독감백신을 접종받은 후 사망한 인천의 고교생 A(17)군 사망원인을 놓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당초 경찰은 A군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2일 현재까지 경찰은 A군이 극단 선택을 한 동기는 밝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인천 미추홀 경찰서 관계자는 <한경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A군이 극단 선택을 했다고 발표한 적이 없다. A군은 최근 한 화학물질을 직접 구매했고, A군 시신에서는 해당 화학물질이 다량 검출됐다는 점만 발표한 것"이라며 "A군 사망원인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

A군이 실수로 해당 화학물질을 섭취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족들에게 평소에 A군이 해당 물질을 사용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한다"며 사고사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해당 물질은 흔히 육가공품 발색제와 산화방지제로 쓰이지만 치사량(성인의 경우 4~6g) 이상 섭취할 경우 심각한 호흡곤란을 겪을 수 있다. 해당 물질은 인터넷 등에서 비교적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군 가족과 주변인 등을 조사했지만 이들은 생전 A군에게서 우울증이라든지 극단적 선택의 징후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군이 사용하던 PC 등에 대해 포렌식 작업도 진행했지만 극단적 선택과 관련한 정황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A군 휴대폰과 태블릿 PC 등을 포렌식 하려고 하는데 외국 제품이라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생전 극단적 선택 징후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A군 가족과 주변인 진술에 대해서는 "원래 가족들은 극단적 선택 징후를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부 극단 선택 시도자는 바로 전날 밤 웃으며 모임에 참석하고 다음 날 극단 선택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군의 친형은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억울함을 호소했다.

청원인은 "18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부검이 진행됐고 한 달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는데 1주일도 안 되어 결과가 나왔다"며 "국과수에서는 독감 백신과 관련이 전혀 없다는데 믿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독감 주사를 맞고 난 다음날 몸에 힘이 없고 기운이 없다며 저녁조차 먹지 않은 동생이었다. (국과수는) 특정 물질이 위에서 다량 검출돼 독감 백신과 (동생의 죽음 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하지 않고 자살 혹은 타살로 사건을 종결지으려 한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평소에 제 동생은 마스크도 KF80 이상의 마스크만 착용하고, 물병 같은 것도 재사용하면 바이러스 증식된다며 재사용하지 않았다"며 "학교 성적도 전교 상위권이고, 대학 입시도 거의 다 마쳤으며 대학 생활을 위해 필요한 전자기기 등을 알아보며 심리적 압박감이나 스트레스가 최소인 상태였다. 자살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험 기간이 아닐 때도 독서실을 다니며 성실하게 공부만 하는 제 동생이 자살로 사건이 종결된다면 너무 억울한 죽음이 될 것 같다. 하나뿐인 동생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A군은 지난달 14일 민간 의료기관에서 독감백신 무료 접종을 받고 이틀 뒤인 16일 사망했다. 국과수는 A군에 대한 부검을 진행해 지난달 22일 "A군의 사인은 (백신) 접종과 무관하다"는 감정 내용을 경찰에 통보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