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에 뒷돈 준 홍남기 해임하라"…靑 청원 봇물

입력 2020-11-02 12:05
수정 2020-11-02 13:31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로 '전세 난민' 신세가 됐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입자에게 위로금을 줘 내보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세입자는 홍 부총리로부터 이사비 명목의 위로금을 받고 계약 갱신 요구를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일 관련 업계에서는 홍남기 부총리가 세입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면서 사실상 '임차인 이사비'가 일반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세입자에게 위로금으로 얼마를 지급하기로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부총리가 위로금이나 이사비 등의 명목으로 '뒷돈'을 주는 선례를 남긴 셈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홍남기 부총리의 해임을 건의하는 국민청원이 잇달아 게재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 청원인은 '홍남기 부총리님의 퇴거 위로금은 얼마입니까'라는 청원글을 통해 "부동산 시장에도 엄연히 규칙이 있는 건데 근시안적인 정책 남발로 휘저어놓더니 급기야 세입자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법도, 상식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선례를 몸소 보이냐"고 비판했다. "경제수장이 '퇴거위로금' 선례 남겨"그는 "집이 있다고 모두 부자가 아닐진대, 많은 국민들은 집을 팔려면 부총리님처럼 현금이 필수인 세상이냐"면서 "장기 플랜을 가지고 큰돈이 오가는 부동산을 부침개 뒤집듯 하면, 그 과정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저 돌멩이 한번 맞았다 치고 가만히 있으면 되냐"고 비판했다.

이어 "부총리님 포함, 능력이 되는 분은 현금을 척척 안겨주면 되겠지만, 나머지 서민들은 생각하고 계시냐"며 "대체 얼마를 주면 세입자가 수긍하고 집을 비우는 건지 궁금하다"고 했다.

청원인은 "대한민국 경제수장으로서 보여준 '퇴거위로금'은 민간시장에서 또 다른 정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전월세 5% 등등 이미 지나치게 시장개입을 하고 있으니, 그 위로금 또한 금액을 정해줄 거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개입, 저건 모르쇠가 아닌 명명백백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문재인 정부는 임대차 3법을 독선적으로 밀어붙여 온갖 부작용을 만들고 있다"며 "급기야 홍남기 부총리는 계약갱신권을 행사하려는 세입자에게 뒷돈을 주는 행태를 저질렀다. 앞으로 타 세입자들이 부총리를 따라해 뒷돈을 요구하면 부총리가 책임지고 다 물어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청원인은 "경제담당 수장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뒷돈을 줘서 해결하는 놀라운 일이 2020년 한국에서 벌어졌다"며 "도저히 국민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즉시 홍남기 부총리를 해임하라"고 했다. 임대차 3법 부작용 심각…"홍남기 부총리 해임하라"이외에도 한 청원인은 "요즘 한 나라의 경제수장이자 이 나라를 대표하는 관료인 홍남기 부총리님께서 국격에 걸맞지 않게 마포 전세, 의왕집 매도 문제로 인해 동네 바보형 취급받는 현실에 심한 통탄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우리 집 전세를 싸게 드리겠다"는 조롱성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경기도 의왕 아파트와 세종 소재 아파트 분양권을 가진 1가구 2주택자다. 정부의 고위공직자 다주택소유 금지 방침에 따라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을 팔려 했지만 전매 제한 규정 때문에 처분하지 못했다. 의왕시 아파트를 매도하려 지난 8월 매매 계약까지 체결했지만 세입자가 주변 전셋값 급등으로 다른 집을 구하지 못해 2년 더 살겠다며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을 행사, 결국 처분하지 못했다.

게다가 홍남기 부총리는 현재 살고 있는 서울 마포구 전셋집 역시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집 주인이 전세 계약이 끝나는 내년 1월부터 직접 들어와 살겠다고 통보했기 때문. 홍남기 부총리 사례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맹점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왔다. 임대차 3법이 시행된 후 현장에서는 집을 사고도 세입자 때문에 입주를 하지 못하거나, 집주인이 본인의 집을 제때 팔지 못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경기 성남분당갑)이 공개한 '임대차 분쟁 피해 호소 사례 모음'을 보면, 한 집주인은 "겨우 매수자를 구해서 계약하려고 했는데 세입자가 문자로 '저희는 이번에 계약 갱신 청구권 쓸거니까 그렇게 아세요^^'라고 했다. 저는 매일매일 임차인에게 빌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는 부동산 외에 주식 대주주 기준을 3억 원으로 낮추는 문제로도 해임 청원이 다수 올라와 있는 상태다.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는 청원글은 2일 기준 23만4000명이 동의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