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發 석유기업의 추락···엑슨모빌, 줌(zoom)에게도 밀렸다

입력 2020-11-02 16:46
수정 2020-11-02 16:54
미국 석유회사 엑슨모빌은 한때 부동의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불렸다. 백년을 이어온 석유의 시대를 상징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반면 줌(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은 생긴지 10년도 안된 몇년 안된 화상회의 플랫폼 기업이다.
코로나19는 시장을 뒤흔들었다. 엑슨모빌은 지난달 초 재생에너지업체 ‘넥스트에라 에너지’에 업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준데 이어 줌에도 역전 당했다.

29일(현지시간) 나스닥시장에서 줌은 시가총액 1400억 달러에 마감하며 엑슨모빌의 시가총액 1370억 달러를 앞질렀다. 다음 거래일인 30일에 엑슨모빌이 다시 줌을 앞섰지만 두 회사의 시가총액 차이는 69억달러(약 8조원)에 불과하다. 엑슨모빌의 전신은 석유왕 존 록펠러가 1870년 설립한 ‘스탠더드오일’이다. 150년 된 기업이 2011년에 태어난 기업에 밀린 것이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코로나19가 갈라놨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수업이 활성화되면서 줌 주가는 연초대비 570% 가량 뛰었지만 같은 기간 엑슨모빌 주가는 반토막 났다. 1년 전만 해도 3000억달러에 달했던 엑슨모빌 시가총액은 유가가 급락하고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둔화되면서 3분의 1로 줄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엑슨모빌은 내년까지 유럽에서 1600명, 미국에서 1500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전 직원의 15% 수준이다. 4분기 배당금도 동결되면서 배당금 증가 행진이 멈췄다. 30일(현지시간) 실적발표에서는 순손실이 6억8000만달러라고 발표하며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줌은 5~7월 매출이 작년보다 355%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엑슨모빌의 추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상반기에는 집수리용품 판매업체 ‘홈디포’에 밀렸다. 현재 홈디포 시가총액은 엑슨모빌 시가총액의 두 배가 넘는다. 글로벌 에너지 트렌드가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옮겨가면서 지난달 초에는 재생에너지기업 ‘넥스트에라 에너지’에 업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빼앗겼다. 경쟁기업인 석유회사 셰브런과도 지난달 7일 장중 시가총액이 뒤집혔다. 셰브런이 친환경 대체에너지 투자를 늘리는 등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주가 밸류에이션이 이를 설명한다. 엑슨모빌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배인 반면 줌의 PBR은 116배에 달한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도 엑슨모빌은 21배, 줌은 151배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