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그룹이 미국 대형 화학회사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기업가치가 수천억원으로 평가되는 식품용 특수화학회사다. 인수가 성사되면 식품과 화학에 특화된 삼양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더 탄탄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1일 한국경제신문사 자본시장매체인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삼양사는 미국 스페셜티 화학업체인 에메랄드칼라마케미컬 인수전에 참여했다. 탄산음료에 들어가는 착향 소재인 벤조산나트륨 부문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벤조산칼륨, 벤즈알데히드, 가황촉진제 등 다양한 특수 화학물질을 제조한다. 1971년 다우케미칼 직원들이 나와 설립한 회사로 미국 네덜란드 등에 생산설비를 두고 있다. 매각 주관은 미국 모건스탠리가 맡았다.
에메랄드칼라마의 대주주는 미국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아메리카증권이다. 2014년 PEF인 선캐피털로부터 에메랄드그룹을 인수했으며 최근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자회사인 에메랄드칼라마를 매물로 내놨다. 에메랄드칼라마는 비상장 기업인 데다 PEF가 보유하고 있어 매출과 이익 등 기업 정보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번 M&A는 현지에서 제한적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거래가 중단될 뻔했지만 최근 매각 작업이 재개됐다.
삼양그룹은 밀가루 설탕 등을 판매하는 식품사업과 페트(PET) 용기 등을 생산하는 화학사업을 두 축으로 연매출 2조5000억원, 영업이익 800억원(지주사 삼양홀딩스 연결 기준) 수준의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 양대 사업이 모두 국내에 기반한 데다 업종 특성상 이익률이 높지 않다. 김윤 삼양그룹 회장은 올해 초 “삼양그룹의 자산과 경영활동이 국내에 집중돼 있다”며 ‘글로벌 역량 강화’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경영 키워드로 제시했다.
삼양그룹은 글로벌 M&A 시장에선 보수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이번 인수전 참여를 계기로 해외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중소형 규모 M&A를 활발하게 해왔다. 삼양그룹은 2000년 SK케미칼과 합작해 휴비스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에는 아셉시스글로벌(옛 효성 용기사업부문)을 인수해 국내 페트 패키징 분야 선두 업체로 키웠다. 2017년에는 약 700억원을 들여 화학소재사 KCI를 인수했다.
강경민 기자 kkm10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