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경합주(州) 유권자들의 우편투표 기표지 중 상당수가 아직 선거당국에 도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이후 소송전이 우려되는 배경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대의 선거정보 제공 사이트 ‘미국 선거 프로젝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3개 접전주에서 700만 표 이상의 우편투표 기표지가 배달되지 않았다. 이는 13개 주의 전체 우편투표 2400만 표 가운데 28%에 해당하는 수치다. 여기에는 미시간, 위스콘신, 애리조나, 플로리다 등 2016년 대선 당시 수천~수만 표 차이로 승부가 결정된 경합주가 포함돼 있다. 배달되지 않은 우편투표가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1만704표 차로 신승한 미시간에서는 도착하지 않은 우편투표가 70만 표 이상으로 집계됐다. 미 우편추적회사 그레이헤어에 따르면 이번주 미시간주의 평균 우편 배송 기간은 6일 이상이다. 이 때문에 선거일 이후 도착해 아예 집계 대상에서 빠질 표도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 대선에서 초접전주로 꼽히는 애리조나에선 10월 27일 현재 122만5387표가 선거당국에 도착하지 않은 상태다. 그레이헤어 분석 결과 이번주 애리조나주의 우편 배송 기간은 평균 7.3일로, 미국에서 가장 느리다. 조지아주도 29일까지 도착하지 않은 우편투표 기표지가 62만4842표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편투표 도착이 이처럼 늦어지는 것은 배달 물량이 이례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란 게 당국 설명이다.
그레이헤어 분석 결과 평소 2∼5일 안에 도착하는 제1종 우편 배달에 걸리는 기간이 일부 주에서는 12∼13일까지 지연되고 있다. 현재 1종 우편물이 제때 배달되는 비율은 62%에 불과하다. 필라델피아와 디트로이트 등 일부 대도시의 정시 배달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선을 사흘 앞둔 31일 현재 우편 투표와 현장투표를 포함한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는 90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고 CNN이 보도했다. 이는 전국 등록 유권자의 43%에 달하는 수치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