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다주택자 세금 중과에 지방 중소도시 부동산 시장만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1일 경기 양평군 강상면에서 만난 중개업소 대표 A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을 강화한 ‘7·10 대책’ 이후 양평의 전원주택 매물이 빠르게 쌓이고 있어서다. 이날 중개업소를 찾은 서울 아파트 소유 집주인은 2018년 준공된 2층짜리 양평 전원주택을 건축비인 4억3000만원만 받고 팔겠다고 내놓았다. A대표는 “지난 5~6월까지는 전원주택 매수 문의가 하루평균 네 건가량 들어왔지만 지금은 급매물만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중소도시 매물 늘고 시세 하락7·10 대책 이후 전남 무안, 경북 김천, 경남 사천 등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매물 출회와 시세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양도세 등을 줄이려면 ‘똘똘한 한 채’가 아닌 매물부터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천 신음동 ‘해돋이타운’ 전용 59㎡는 2월까지만 해도 1억원에 팔렸지만 지난달 7900만원까지 매매가가 떨어졌다. 전남 무안군 삼향읍 ‘경남아너스빌’ 전용 84㎡는 3월 2억6500만원에 실거래된 뒤 지난 12일 4500만원 하락한 2억200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세컨드하우스 수요가 사라진 휴양지 아파트값도 하락세다. 양평군 강상면 ‘양평휴먼빌2차’ 전용 59㎡는 6월 2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들어 2억3500만원에 손바뀜됐다. 강원 속초시 조양동 ‘속초KCC스위첸’ 전용 84㎡는 9월 3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한 뒤 이달 들어서는 3억900만원에 실거래됐다. 양평군 강상면 Y공인 관계자는 “별장처럼 쓰려고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전원주택을 샀다가 2주택자가 된 집주인들이 연내 처분을 위해 급매물을 쏟아내고 있다”며 “지역 경제가 파탄 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매수세가 사라지면서 지방 중소도시 아파트의 입주율도 떨어졌다. 입주율은 집들이 기간에 실제 입주한 가구 비율을 뜻한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아파트 입주율은 6월 81.3%를 기록한 뒤 7월 76.0%로 5.3%포인트 떨어졌다. 8월(77.8%)과 9월(78.6%)에도 7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입주 대신 처분에 나선 경우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서울 아파트 입주율은 7월 92.2%, 8월 93.0%, 9월 94.0%로 90%대를 유지하고 있다. 미분양 많은데 입주까지 증가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양도세 중과 유예 기한인 내년 6월까지는 다주택자들이 주택 수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지방→수도권→서울’ 순으로 매물 정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 가치보다는 가족 거주 등 실수요를 위해 사놓은 지방 중소도시 주택이 ‘처분 1순위’라는 얘기다.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미분양까지 많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총 2만8309가구 중 67.6%인 1만9143가구가 지방 중소도시에 있다. 또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들 지역에서만 총 6만3905가구의 아파트가 내년에 입주할 예정이다. 매물이 쌓이고 있는데 공급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경북 김천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을 내려서라도 아파트를 빨리 처분해달라는 독촉 전화만 하루에 4~5통씩 온다”며 “새로운 입주 물량을 받아줄 수요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권대중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 중소도시의 부동산 시장은 외지인 수요가 빠지면 지탱되기 힘든 구조”라며 “2주택자는 무조건 투기로 규제하면서 지방에선 ‘유령 도시’가 속출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양평=장현주/김천=정연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