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납부 대상자가 크게 늘고 있다. 상속세 기준은 20년째 그대로인데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은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사망할 경우 자칫 유가족이 거액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족이 ‘상속세 폭탄’을 피할 수 있도록 장기 상속 계획을 세워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제 규모가 상속세액 결정상속·증여세는 기본적으로 누진세율 체계다. 과세표준에 따라 5단계 세율이 적용된다. 과표 1억원 이하의 10%가 최저고, 30억원 초과의 50%가 최고다. 낮은 세율 구간이 적용되도록 과표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게 절세의 관건이다. 과표를 낮추는 핵심은 공제다. 배우자 공제와 일괄 공제가 양대축이다.
배우자 공제는 5억원에서 최대 30억원까지다. 일괄 공제는 5억원이다. 일괄 공제 대신 기초 공제(2억원)와 인적 공제(자녀당 5000만원)를 합한 금액을 공제받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엔 자녀 수가 적어 일괄 공제를 받는 게 유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상속재산 중 금융재산은 20%만큼 최대 2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장례비용도 공제 대상이다.
배우자 공제 최소액과 일괄 공제만 합해도 10억원이다. 따라서 상속재산이 10억원보다 적으면 상속세를 내지 않는다. 그 이상이면 상속세를 납부하게 된다. 상속세 규모는 같은 상속재산이더라도 배우자 유무, 자녀 수 등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아내와 성인 자녀 두 명을 둔 남편이 별도 유언 없이 30억원의 상속재산을 남기고 사망한 경우를 보자. 이때 부인에겐 42.9%(1.5/3.5)의, 자녀에겐 한 명당 28.6%(1/3.5)의 법정상속분이 돌아간다.
우선 상속재산에서 일괄 공제 5억원을 뺀다. 기초 공제와 인적 공제를 받는 것보다 유리해서다. 배우자 공제는 12억8500만원가량을 받는다. 배우자 법정상속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부인이 설령 자녀들과 합의해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상속받아도 배우자 공제는 법정상속분만큼만 된다.
상속재산에서 일괄 공제와 배우자 공제를 빼면 과표(12억1500만원)가 산출된다. 이 과표에 해당하는 세율(최고 40%)을 적용하면 산출세액(3억2600만원)이 나온다.
여기서 상속세 자진신고자에게 적용하는 신고세액공제(세액의 3%)를 빼고 나면 납부할 상속세는 3억1600만원이 된다. 전체 상속재산의 10.5% 정도다. 만일 남편이 남기고 간 상속재산이 18억5000만원이었다면,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 납부할 상속세는 1억원 정도 된다. 미리 증여하면 상속세 줄일 수 있어2018년 기준으로 상속세 실효세율은 27.9%였다. 상속재산이 50억원이면 대략 13억9500만원 정도의 상속세를 냈다는 얘기다. 2018년 기준으로 상속세 납부자 비율은 2.25%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집값을 중심으로 자산 가격이 급등해 상속세 납부 대상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종부세처럼 상속세도 조만간 ‘5%의 세금’ ‘10%의 세금’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상속세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정인국 한서법률사무소 변호사는 “10년 주기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미리 증여하는 게 상속세를 줄이는 핵심 방법”이라고 말했다. 10년 단위로 배우자 공제(6억원)와 성인 자녀 공제(1인당 5000만원)를 활용할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있다면 10년마다 7억원까지 증여세 없이 증여할 수 있다. 배우자 명의로 미리 재산을 분산해 놓으면 좀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도 장점이다.
금융재산 공제를 고려해 상속재산을 금융재산으로 분산해놓는 것도 필요하다. 건물을 상속할 땐 세입자에게 월세보다 전세를 주는 게 상속세 측면에서 유리하다. 전세금(보증금)은 피상속인의 부채로 보고 상속세 계산 때 공제된다. 피상속인이 사망 전 장기간 입원하면 피상속인 재산으로 병원비를 내는 게 좋다. 그만큼 상속재산이 감소해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