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 담합 39억 배상하라"…8년 만에 농민 손 들어준 법원

입력 2020-10-30 21:17
수정 2020-10-31 01:44
농민 1만8000여 명이 비료회사들의 담합행위로 손해를 봤다며 단체소송을 제기한 지 8년 만에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홍기찬)는 농민 1만8131명이 남해화학과 DB하이텍, 팜한농 등 13개 비료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비료회사들은 원고들에게 총 39억4315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농민 1인당 20여만원에 해당한다.

비료회사들은 1995년부터 2010년까지 농협중앙회의 비료 입찰에 참가하면서 가격 등을 사전 담합한 혐의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시정명령과 함께 8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자 농민들은 같은 해 비료회사들을 상대로 78억여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재판부는 “(비료회사들이) 입찰 제도의 취지를 무력화하고 경쟁을 통해 낙찰자가 결정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했다”며 농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비료회사들이 담합한 결과 비료 가격이 경쟁입찰을 가정했을 때보다 2~16% 높게 책정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손해배상액은 농민들이 주장한 금액의 50%가량만 인정했다. 비료회사로선 농협 입찰을 통해 많은 이윤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과징금 부과 이후 비료 가격을 인하하기도 했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농민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수륜아시아의 송기호 변호사는 “비료회사들이 얻은 부당이득은 약 1조6000억원”이라며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 전국 농민은 소멸시효가 지나 1원도 배상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공정위는 독과점을 적발할 때 소비자의 피해액도 함께 발표해 피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