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0일 서해에서 발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남측에 우선적인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미안하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메시지가 담긴 통지문을 보내온 지 한 달 만에 돌변해 대남(對南) 비난을 가한 것이다. 이번 사건이 최근 유엔총회에서 공식 논의되는 등 국제적으로 이슈화되자 책임 회피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남조선 전역을 휩쓰는 악성 바이러스로 어느 때보다 위험천만한 시기에 예민한 열점 수역(서해 북방한계선)에서 남측 주민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라고 했다. 이어 “뜻하지 않은 사고가 우리 수역에서 발생한 만큼 미안한 마음도 남측에 전달했고, 남측에서 터져 나오는 각종 험담에도 최대의 인내로 자제해왔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어 “국민의힘을 비롯한 남조선의 보수 세력은 계속 ‘만행’이니 ‘인권유린’이니 하며 동족을 마구 헐뜯고 있다”며 “올바른 해결책을 강구하려는 기미는 조금도 없고, 이번 사건을 더러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회로 만들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보수 패당(국민의힘)의 처사는 남조선 내 반(反)공화국(북한) 대결을 몰아오려는 데 그 진의가 있다”고 했다.
공무원 시신 훼손 정황과 관련해선 “남조선 군부에 의해 이미 진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부인했다. 또 “사망자 시신을 찾아 돌려보내 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아직 결실을 보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필요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이날 북한 주장에 대한 유감 표명 없이 “남북 간 소통 재개를 촉구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사실 규명을 위한 북한의 노력이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며 “남북 간 소통을 위한 군 통신선의 우선적 연결을 북한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