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국민연금, 수익률 방어 위해 외환도 적극 운용한다

입력 2020-10-30 15:12
수정 2020-10-30 15:20
≪이 기사는 10월30일(14:3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환율 변화에 따른 수익률 하락을 막기 위해 수백조원에 달하는 외환에 대한 적극적 운용에 나선다. 글로벌 금융시장 등락, 저금리 기조로 인한 환율 변동으로 해외자산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통화비중 조정으로 상쇄시킨다는 것이다. 그간 정보제공 문제로 투자에 제약이 많았던 헤지펀드 투자의 빗장도 풀기로 했다.

◆해외투자 500조 시대 대비..."통화구성 적극적 운용"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30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적극적 외환 익스포저 관리를 골자로 한 '국민연금기금 외환 관리체계 개선안'을 의결했다. 환율 변동으로 인한 수익률 손실을 최소화해 기금 전체의 수익률을 방어한다는 것이 개선안의 취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시장의 변동에 따라 달러, 유로, 엔, 파운드 등 주요 통화구성을 운용해 특정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시킨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이번 정책은 빠르게 확대되는 해외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민연금은 올해 7월 말 기준 전체 기금(777조원)의 34%(265조원) 수준인 해외투자의 비중을 2024년까지 50%대로 높일 계획이다. 2024년 예상 기금규모가 1000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4년 만에 해외투자 규모가 2배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국민연금은 외환 파생상품 등을 이용해 외화표시 자산운용액의 비중을 비중을 전체의 ±5%내에서 관리할 계획이다. 그리고 직접 및 위탁운용을 통해 외환 익스포저 내 통화구성 비중을 총 5.2%포인트 이내에서 전술적으로 조정한다. 주식, 채권, 대체투자에 이어 국민연금의 운용 대상에 외환이 추가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불안정할 때 안전통화의 비중을 높이고, 일시적 사건으로 변동성이 커진 통화의 비중은 축소해 환율하락으로 인한 기금 손실을 막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재정위기나 브렉시트 등으로 유로화나 파운드화의 가치가 떨어질 경우 달러화나 엔화 비중을 확대하는 식이다.

◆'투명성 조건' 완화해 헤지펀드 투자대상도 확대

이날 국민연금은 대체투자의 한 종류인 헤지펀드 투자대상에 대한 제약을 완화하는 안도 논의했다. 그간 구체적인 투자내역 공개를 꺼려 국민연금에 직접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던 헤지펀드 운용사를 투자 대상에서 배제했지만 이제는 펀드 내 구체적 투자내역을 전문업체에 제공하는 경우도 투자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국민연금은 2015년 전체 자산의 0.5%까지 헤지펀드 투자를 도입했다. 재간접펀드(펀드오브펀드) 투자로 시작한 국민연금의 헤지펀드 투자는 지난 해 국민연금이 직접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운용사를 선정하는 싱글펀드 방식을 도입하면서 한 단계 발전했다.

국민연금은 투자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헤지펀드 운용사에 한해 투자를 허용해왔다. 하지만 대다수 펀드들은 기존 투자자들과 형평성, 기밀유지, 구체적 투자내역 노출 우려 등으로 투자내역 제공 조건을 수용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당수 펀드는 국민연금의 투자 대상에서 배제됐다. 국민연금이 투자 가능한 펀드 가운데 국민연금이 제시하는 투명성 조건을 만족하는 펀드는 지난 4월 기준 314개 중 141개로 약 34%에 불과했다. 66%에 달하는 투자 가능성이 정보 제공만을 이유로 배제된 셈이다.

외부 전문업체에 구체적인 투자 내역을 제공하는 운용사에도 투자할 수 규정을 손질하면서 국민연금의 헤지펀드 투자 대상은 2배 가량 확대될 전망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성과가 우수해도 투명성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 투자하지 못한 펀드들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며 "헤지펀드 투자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