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코너] '디지털 미니멀리즘' 실현으로 삶의 균형을 찾자

입력 2020-11-02 09:00
요즘 방송되고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에는 전문가가 의뢰자의 집을 방문해 집안에 산적해 있는 군더더기들을 덜어내 주고 신박하게 살림 정리를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을 시청해본 사람들은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후에 공개되는 공간의 극적 반전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욕심을 버리고 비워냄으로써 얻어진 여유로움을 통해 최소한의 소유가 주는 아름다움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비워야만 보이는 것들은 절제하는 용기를 북돋운다.

원래 미니멀리즘(minimalism)은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과 문학의 흐름을 뜻하는 말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시각 예술 분야에서 출현하였던 사조가 현대 시대에 이르러서는 음악, 건축, 패션, 철학 등의 여러 영역으로 확대되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니멀리즘은 기본적으로 예술적인 기교나 각색을 최소화하고 사물의 본질만을 표현했을 때 현실과 작품과의 괴리가 최소화되어 진정한 사실주의가 달성된다는 믿음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미니멀리즘은 오늘날 예술을 넘어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유만을 주장하는 금욕주의 철학이나 복잡한 의식을 없애고 신앙의 근본으로 돌아가려는 종교적인 흐름 등의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 어떤 해보다 디지털 의존도가 높은 2020년 올해, 미니멀리즘은 디지털 기술의 홍수로 통제력을 잃은 채 온라인에서 의미 없는 새로 고침을 반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삶의 균형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은 상자 속 디지털 세상이 보여주는 즐거움은 달고나 같다. 한번 경험한 달콤한 그 맛에 젖어 어떤 이는 때때로, 또 어떤 이는 좀 더 자주, 오래 잠들지 못하고, 공부에,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온갖 편리한 기능들을 가진 스마트폰을 버릴 수도 없고, 혼자만 디지털 기술을 차단한 채 살아갈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신박한 정리를 통해 재창조된 공간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양질의 생활을 시작하듯 이제는 무분별한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 별생각 없이 소비했던 시간을 양질의 여가와 활동으로 바꾸고, 꼭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만 디지털 세상에 노출되는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실현할 때이다. 나에게 어떤 디지털 기술이 필요한지, 어떤 기기를 언제, 어떻게, 얼마나 사용할 것인지 미리 계획하고 그 계획을 실천해서 생활의 균형을 찾자.

김재윤 기자(염창중 3년) 2wondergir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