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4배 자갈밭에 드론이…레미콘·시멘트社 '놀라운 혁신'

입력 2020-11-15 10:56
수정 2020-11-15 18:30

“드론으로 레미콘 골재 재고 측정하고, 위성항법장치(GPS) 감마선으로 시멘트 배합을 최적화하고…”

대표적 건자재업종인 레미콘·시멘트업계가 선두업체를 중심으로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한 제조 혁신에 나섰다. 첨단 과학 기술을 활용해 반복적인 노동자의 작업을 자동화하는 등 공정 스마트화가 본궤도에 올라섰다는 분석이다. 주택 보급 증가와 건설 경기 하락으로 레미콘·시멘트 수요가 수년째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드론으로 재고 측정, 레이저로 공급 조절15일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업체인 유진기업은 ‘드론을 이용한 골재 재고 측정’, ‘거리 측정 레이저 센서를 이용한 차량 적재 자동화’, ‘슬러지 농도 자동 측정 장치’와 ‘표면수 자동 측정 장치’ 등을 도입해 생산 현장에 적용했다. 모두 국내 업계 최초 시도다. 유진기업은 2022년 스마트공장 가동을 목표로 생산자동화, 자동배차 등 53개의 자체 연구과제를 선정했고, 이 가운데 드론, 레이저 센서 등을 이용한 22개 과제는 개발을 마치고 실제 공장에 적용한 것이다.

수도권에 있는 축구경기장 면적 2~3배인 유진기업의 골재 야적장엔 레미콘 배합에 필요한 모래 자갈 등 더미가 산처럼 쌓여 보관중이다. 그동안 골재 재고량 확인을 위해 3명의 작업자가 4시간에 걸쳐 골재 더미 주변을 샅샅이 조사해야 했다. 하지만 유진기업은 올해부터 드론 한 대로 30분만에 파악하고 있다. 드론이 골재 재고를 360도로 입체적으로 촬영하면 이를 3차원(3D)으로 자동 구현해 재고량을 정확하게 산출하는 것이다.

레미콘 공정에서 중요한 작업 중 하나는 공장에서 막 생산된 레미콘을 콘크리트믹서트럭 호퍼(깔대기처럼 생긴 투입구)에 정확히 맞춰 주입하는 것이다. 새거나 넘치지 않도록 방송실에서 원격으로 확인해가며 트럭 운전기사에게 전진과 후진 명령을 반복해야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레이저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트럭 위치를 조정해 상당한 노동력과 시간을 아끼게 됐다. 가장 알맞은 위치에 트럭이 서면 빨간색 경광등이 파란색으로 바뀌어 레미콘 주입이 시작된다.

레미콘 강도와 품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골재내 수분함량이다. 유진기업은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한 측정 기술로 수분함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기존엔 샘플채취로 파악해서 실시간 파악이 어려웠다. 유진기업은 올해 완료를 목표로 ‘적외선 레이더를 이용한 3D 골재 입고 측정 시스템’을 비롯해 ‘QR코드를 이용한 입고 자동화 시스템’ 등도 개발하고 있다.

◆빅데이터로 채석단계부터 트럭 동선 조정국내 시멘트업계 1위 쌍용양회는 석회석 등 시멘트 원료를 채석 단계에서부터 최적으로 배합하도록 트럭의 운반 동선을 조정하는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구축했다. 지난 9월부터 강원도 동해공장에 적용하고 있다. 광산 채석장에서 석회석을 실어나르는 트럭의 GPS신호를 감지해, 감마선 분석으로 실시간 파악된 채석장별 석회석 품질에 따라 트럭 동선을 조정하는 시스템이다.

보통 시멘트 채석장은 작업 구간별로 석회석 함유량이 미세하게 다르기 때문에 시멘트 품질을 높이기위해선 여러 작업 구간별 석회석을 최적의 배합으로 섞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조쇄작업을 통해 잘게 쪼개진 석회석은 샘플을 추출한 후 시편으로 제작돼 X선 분석을 거친다. 시편으로 제작하는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보통 한 시간에 한 번씩만 성분 분석이 가능하다. 여기서 나온 석회석 성분에 따라 어느 채석장 석회석을 더 생산할 지, 어느 채석장 석회석과 섞어야할 지 등이 결정된다. 하지만 작업장별 석회석 분석 속도가 느려 뒤늦게 운반 지시가 내려지거나 운반 차량내 석회석이 작업장별로 섞이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쌍용양회는 광산내 ICT시스템과 ‘온벨트시스템’을 적용하면서 감마선 분석으로 실시간 석회석 성분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감마선이 컨베이어벨트에 올라온 석회석 조각 표면을 쐬면, 빅데이터로 축적된 통계에 따라 자동으로 석회석 함유량을 실시간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채광 단계에서부터 석회석 성분 조합이 가능해졌다. 또 GPS로 실시간 트럭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위험구역 접근 및 장비간 근접시 경보를 울려 안전사고도 예방할 수 있게 됐다.


레미콘업계 2위인 아주산업의 경우 IT계열사인 아주큐엠에스를 통해 모래, 자갈 같은 원자재 납품 차량의 입출고 관리를 모바일로 할 수 있는 ‘모바일 골재 입고 서비스’를 국내 처음 도입했다. 기존 출하실과 전화통화로 확인해야했던 출하 정보를 메신저에서 일상 대화하듯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도 상용화했다. 이 기술은 아주산업의 레미콘 7개 사업소가 활용 중이다. 카카오톡 메신저를 활용한 챗봇을 통해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실시간으로 출하 내역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은 경제발전에 따라 시멘트 수요가 최고치 대비 40~50%수준으로 감소했다”며 “시장에서 살아남기위해선 제조 혁신이 전 사업 영역에서 더 활발하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