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 "日 정부, 한국 측 자산 압류·관세인상 등 보복 검토"

입력 2020-10-30 08:04
수정 2020-10-30 08:17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일본제철(옛 신닛테쓰스미킨) 등 원고기업의 한국 자산을 현금화할 경우에 대비해 일본 정부가 한국측의 일본 자산 압류나 수입관세 인상 등의 보복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복수의 정부부처가 공동으로 현금화에 대한 대항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 같이 전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관계부처간 조정을 통해 어떤 사태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작년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로 1차 보복에 나섰다. 올 8월 원고기업에 대한 현금화 절차가 진행되자 비자 발급 엄격화, 주한 일본대사 일시 귀국 등의 추가 대응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일본 미디어로부터 나오기도 했다. 한국측의 일본 자산을 압류하거나 수입관세를 인상하는 조치는 가장 강도높은 보복조치로 평가된다. 일본 정부가 실제 이러한 조치를 단행하면 한일 양국관계는 파국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극우 성향인 산케이 신문도 "북한 문제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일한(한일)관계와 한미일 관계가 단절되는 상황은 일본으로서도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2018년 10월30일 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등 손해배상 청구 재상고심에서 1억원씩 배상할 것을 선고했다. 지난 8월4일부터 법원이 일본제철과 포스코의 합작회사인 PNR의 주식(8만175주)에 내린 압류명령의 효력이 발생해 실제 현금화가 가능하게 됐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은 말소됐기 때문에 자산압류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전날 서울에서 열린 한일 외교국장급 협의에서도 일본 측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한국 측이 먼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조속히 제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