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퍼질수록 돈번다"…승자 독식의 세계 보여준 빅테크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입력 2020-10-30 07:21
수정 2021-01-05 00: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서 급속히 재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상황을 악재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애플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들입니다. 비대면 경제가 커질수록 반사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죠.

29일(현지시간) 빅테크 기업들이 뉴욕 증시 마감 후 3분기 실적을 일제히 공개했습니다. 예상대로 역대 최고 성적이었습니다. 이런 기대 때문에 기술 기업들의 주가는 장중 이미 급등한 상태였지요. 애플 주가는 3.7%, 페이스북은 4.9%, 알파벳은 3%, 아마존은 1.5% 상승 마감했습니다.

마감 직후 공개한 아마존 매출은 962억달러, 애플은 647억달러, 알파벳은 462억달러, 페이스북은 214억달러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아마존의 경우 지난 3개월 간 올린 매출이 우리 돈으로 100조원을 넘는 겁니다. 미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평균 8만 명을 넘어서자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올해 특수한 상황이긴 하지만 빅테크 기업들의 독주는 유별납니다. 자동차 항공 에너지 등 전통 산업이 워낙 부진해 더욱 대조를 보이고 있지요. “과거 석유기업들이 선출되지 않은 가장 센 권력으로 꼽혔는데 지금은 그 자리를 빅테크 기업이 대신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무엇보다 플랫폼을 장악한 게 가장 큰 배경입니다. 아마존은 미국 온라인 유통 시장의 50%, 구글은 검색 시장의 90%, 페이스북은 SNS 시장의 70%, 넷플릭스는 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60%를 각각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독과점 비즈니스가 된 겁니다.

1800년대 후반 일부 산업에서 목격됐던 ‘20 대 80 현상’(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바로 승자 독식(winner takes all) 때문입니다.

빅테크가 주도하는 시장은 ‘규모의 경제’가 온전히 작동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덩치를 더 키운다고 해서 비용이 크게 추가되지 않기 때문이죠. 한계비용이 제로(0)에 가깝습니다.

승자 기업들은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추가 투자를 통해 자신만의 성(城)을 더욱 공고히 쌓을 수 있지만 소비자에게 항상 유리한 것만은 아닙니다.

넷플릭스가 이날 미국 내 월 구독료를 최대 20% 인상한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미 소비자 선택권은 상당히 제한돼 있는 상황이지요.

아래는 한국경제TV와의 아침 인터뷰 내용입니다.

<질문1> 먼저 마감한 뉴욕 증시에서 특징적인 부분 짚어주시죠.

오늘은 나스닥의 빅 데이(big day)였습니다. 애플과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이 동시에 3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장 마감 후 대형 기술 기업들이 줄줄이 좋은 실적을 공개했는데요, 이런 기대 때문에 증시에 활기가 돌았습니다. 마침 미국의 3분기 경제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33.1%로 급반등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키웠습니다.

전날 3% 넘게 빠졌던 나스닥은 1.6%, S&P 500은 1.2%, 다우는 0.5% 각각 상승했습니다.

애플 주가는 3.7%, 페이스북은 4.9%, 알파벳은 3%, 아마존은 1.5%가량 각각 상승 마감했습니다. 장 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선 종목마다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3분기 매출이 961억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37% 급증했다는 실적을 내놨는데, 마감 후 거래에선 오히려 하락하고 있습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매출은 462억달러로, 아마존과 같이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 넘었습니다. 이 회사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8% 넘게 급등하고 있습니다.

<질문2> 프랑스와 독일에서 경제 활동 봉쇄가 다시 시행되면서 글로벌 경제에 ‘더블딥’ 공포가 확산하고 있는데요, 현지에서는 어떤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까.

더블딥은 일시 반등했던 성장률이 다시 추락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3분기에 반짝 좋아진 것처럼 보였던 경제가 올해 마지막 분기엔 다시 고꾸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경제 봉쇄입니다. 프랑스 독일 그리고 미국의 일부 주(州)에서 1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의 봉쇄령을 재도입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감염자가 급속히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어젯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발표했는데 1947년 통계 작성 후 73년 만의 최고치인 33.1%였습니다. 이게 연환산 기준이어서, 단순히 3분기만 따져 보면 7.4%이긴 한데요 그래도 엄청난 반등입니다. 하지만 2분기에 마이너스 31.4%를 기록했던 데 따른 착시 효과라는 분석이 더 많습니다.

겨울 독감 유행철로 접어들면서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 주요국이 경제를 다시 봉쇄하고 있다는 점, 유럽 미국 등의 소비 및 고용 지표가 기대만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미국에서 부양책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선 직후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에서 더블딥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세계 경제가 4분기에 다시 고꾸라질 경우 1980년대 초 석유파동 이후 약 40년 만에 더블딥이 현실화하게 됩니다.

<질문3> 미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다음 주 투자자가 눈여겨봐야할 이벤트와 이슈를 종합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다음주는 올해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 끼어 있습니다. 바로 3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입니다.

시장에서 관심은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이냐보다, 과연 투표 후 대통령을 확정할 수 있느냐에 쏠려 있습니다. 투표 결과가 박빙으로 나올 경우 두 대통령 후보 모두 불복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쪽이 깨끗하게 승복하지 않으면 혼란스러운 미국 정치 상황이 내년 1월 공식 취임일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들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럼 시장이 기다려온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글로벌 경기 회복까지 더디게 만들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다음주에는 중요한 경제 지표도 발표됩니다. 제일 중요한 게 실업률인데요, 다음주 금요일에 미 노동부가 공식 발표합니다. 실업률은 미 중앙은행(Fed) 및 정부가 예의주시하는 지표인데, 이게 높으면 재정을 쏟아 부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기 때문입니다.

올 4월 14.7%까지 뛰었던 미국 실업률은 지난달 7.9%까지 떨어졌는데 하락 속도가 상당히 느려졌습니다. Fed는 연말 실업률이 7.6%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었고요. 시장에선 10월 실업률이 전 달보다 소폭 높아졌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업 실적들도 다음주에 많이 나옵니다. 실적 공개 기업은 목요일에 가장 많고 금요일에 적은데요, 다음주 목요일에 GM과 우버, 알리바바 등이 3분기 성적표를 공개합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