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도 "다스는 MB의 것"…17년형 원심 확정

입력 2020-10-29 17:41
수정 2020-10-30 03:24

자동차부품 회사인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이 전 대통령은 다음달 2일 재수감될 예정이다. 대법원은 1·2심과 마찬가지로 다스는 이 전 대통령 소유라고 판단했다. 2007년 이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경선 후보 시절부터 불거졌던 ‘다스 실소유’ 논란은 13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법 “다스는 MB 것”29일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8년 5월 재판이 시작된 지 2년5개월여 만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이 전 대통령이 다스에서 횡령한 금액을 1심이 인정한 247억원보다 5억원 많은 252억원으로 판단했다. 다스에서 지급된 허위 급여와 승용차 구입비 등을 추가 횡령액으로 인정했다. 삼성이 낸 다스 소송 비용 등 89억원도 뇌물로 봤다.


검찰은 삼성이 소송비 명목으로 이 전 대통령 측에 건넨 돈이 더 있다는 국민권익위원회 제보를 받고 2심 진행 중 뇌물 혐의를 추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중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 뇌물액이 1심보다 약 27억원 늘어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공직을 대가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선 부정청탁의 증거가 부족하다며 뇌물액을 대폭 줄였다. 이날 대법원도 원심에 대해 “횡령, 뇌물수수의 사실인정과 관련해 원심의 결론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 기각 판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올초 항소심 판결 직후 보석 취소 결정에 재항고하면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날 징역 17년이 확정돼 수감이 불가피해졌다. 이 전 대통령 측은 “30일 병원 진찰을 받고 약을 처방받는 일정이 있다”며 연기를 신청했다. 대검으로부터 집행촉탁을 받은 서울중앙지검도 “연기 신청을 받아들여 다음달 2일 집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3년 만에 차명재산 논란 ‘마침표’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논란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시 경쟁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을 다스와 투자자문사 BBK의 실소유주로 지목했다. 이 전 대통령은 해당 의혹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수차례 부인했다. 2007년 말 검찰은 “다스의 실소유자를 확인할 수 없었고 BBK 주가 조작과 이명박 후보의 연관성도 없다”는 모호한 결론을 냈다. 2008년 ‘BBK 특별검사팀’은 다스를 포함해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의혹에 대해 수사했지만 측근들이 모두 입을 다물면서 역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사이 이 전 대통령은 대선에 승리해 2008년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뒤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다스 전무가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다스 전·현직 임직원과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입을 열었다. ‘집사’ 역할을 했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재산관리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이 다스의 실소유주로 이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결국 수사 석 달여 만인 2018년 4월 이 전 대통령은 구속기소됐다.

이 전 대통령은 대법원이 실형을 확정한 직후 “법치가 무너졌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에 임했던 것은 사법부가 자유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기대 때문이었다”며 “대법원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면서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야권은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두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되지 않아 사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별사면은 형이 확정된 사람에 한해 가능하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