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인간관계에서 거듭 상처받으면서도 관계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란 걸 심리학을 통해 알게 됐어요. 심리학은 제게 ‘내가 이상한 게 아니구나, 사람들도 매일 아파하고 힘들어하면서도 용감하게 상처를 극복하며 살아가는구나’라는 감정을 갖게 해줬죠.”
문학평론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정여울이 지난 28일 열린 강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최근 출간한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은 내면 깊숙이 자리한 아픔의 자국들을 보듬고 부드럽게 자신을 바꿔나갈 수 있는 용기를 갖는 법을 이야기한 심리학 에세이다. 저자가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온 ‘융 심리학’을 바탕으로 문학작품과 신화 속 그림, 영화 등을 심리학적으로 풀어내며 마음 치유를 향한 길을 모색한다.
무엇보다 마음 속 ‘내면 아이’를 보듬는 과정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역설한다. ‘내면 아이’가 어린시절 받은 상처를 미처 돌보지 못하고 어른이 돼버린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겪은 왕따 경험을 털어놓으며 내면의 불안과 우울이 거기서부터 시작됐음을 서른이 넘어서야 발견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내면 아이를 찾기 위해선 상처를 피하려고만 하는 인간의 방어기제에서 벗어나 진짜 나 자신을 인정하고 트라우마와 맞닥뜨리는 ‘대면’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를 가장 아프게 하는 상처와 대면해야 곧 내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누가 나를 비난하고 흠집을 내더라도 그때마다 스스로와 대면해 ‘난 강한 사람이며 오래 기다릴 줄 알고 오래 견딜 줄 아는 강인하고 끈기 있는 캐릭터야’라고 말해주면서 스스로 치유자가 됐다”고 말한다. 상처 입은 사람은 스스로 상처의 본질을 알기에 자기 상처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상처를 돌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각 장마다 내면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각자 그에 맞는 답을 적을 수 있는 공란을 마련했다. 이런 ‘글쓰기’는 작가 자신이 상처를 건강하게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하는 ‘희열’의 도구다. 저자는 “희열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내적 자원과 회복 탄력성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며 “독자들이 공란을 채우면서 그동안 외면해온 내면의 그림자와 대면하고 치유의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