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나는 가장 먼저 테이블 조명등의 스위치를 켰다. 희고 둥근 유리 갓 세 개를 겹쳐놓은 형상의 램프가 부드러운 빛으로 노트북 주변을 고르게 밝히면 책상은 곧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나는 이 안온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이 조명등으로 말할 것 같으면 수년 전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출장을 갔을 때 한정판 예약 광고를 보고는 단숨에 주문한 뒤 석 달을 기다려 받은 물건이다.
브랜드는 루이스 폴센, 제품 이름은 PH3½. 평소 눈여겨보던 제품을 원산지에서 구입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스위치를 켤 때마다 뿌듯한 마음이지만 일상에서 사용하면 할수록 더욱 진가를 느끼게 되니 점점 매력에 빠질 수밖에. 좋은 빛은 나를 좋은 행동으로 유도하기 때문이다.
덴마크 사람들은 집에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내는 아늑한 시간, 즉 휘게(hygge)를 즐긴다. 여기에 빠지지 않는 것이 조명등으로, 덴마크 가정 열 곳 중 세 곳에 걸려 있는 조명등이 바로 루이스 폴센이다.
루이스 폴센은 1874년 루트비히 폴센이 코펜하겐에 창립한 이후 1896년 그의 조카 루이스 폴센이 운영을 이어받고, 1924년 덴마크 건축가이자 빛의 마스터로 불리는 포울 헤닝센과 합작하면서부터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20세기 초까지도 전기 조명등의 외관은 과거 석유등이나 가스등의 디자인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런 시대에 헤닝센이 지향한 것은 형태나 소재가 아니라 빛의 질이었다. 그는 전구의 빛이 뛰어나지만, 지나치게 밝고 날카롭다고 판단했다. 그의 디자인은 빛을 어떻게 분산해야 눈 건강에 유익하고 쾌적한 공간을 연출할 수 있을지 고심한 결과물이다.
1926년 드디어 헤닝센은 현재 PH 시리즈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세 개의 전등갓(three-shade)이 중첩된 조명등을 선보였다. 기존 갓이 빛의 확산을 한 방향으로 제한할 뿐이라면, 그의 조명등은 전등갓을 세밀한 각도로 조절하고 중첩해 빛을 더 반사시키고 굴절시키며 분산시켰다. 광원이 사용자의 눈에 직접 닿지 않는 최초의 조명등으로, 안구 피로도가 매우 낮을 뿐 아니라 공간을 더욱 안락하게 만들어주는 매우 혁신적 디자인이었다. 특히 1958년에 론칭한 ‘PH5’ 조명등은 디자이너의 이름을 널리 알린 대표 제품이다.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따고 메인 갓의 지름이 50㎝이기에 PH5라는 이름을 붙였다.
루이스 폴센 한국지사를 총괄하는 박성제 지사장은 “헤닝센이 1925년 완성한 PH 컬렉션 중 40%만 제품화했고 나머지는 해마다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발표하고 있다”고 했다.
“좋은 조명(빛)을 경험해보면 삶이 새로운 가치로 채워진다”고 헤닝센은 말했다.
구선숙 < 월간 《행복이 가득한 집》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