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에 대사관 신설"…'對中 포위망' 좁히는 미국

입력 2020-10-29 16:40
수정 2020-10-29 16:54

남아시아를 순방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중국 영향력 견제를 위해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에 미국 대사관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29일 PSM뉴스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전날 오후 몰디브 말레에 도착한 폼페이오 장관은 "몰디브의 역할이 인도·태평양과 국제 사회에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사관 개설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며 양국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은 몰디브와 1966년 수교했으며 관련 외교 업무는 스리랑카주재 미국대사관이 맡고 있다.

인도, 스리랑카를 거쳐 몰디브를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도 중국 위협론을 거론했다.

그는 "중국인민해방군은 불법적으로 남중국해를 군사화했고 이웃 나라의 경제수역을 침범했다"며 이 지역에서도 중국은 무법적이며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다르다"라며 "(타국의) 주권을 존중하며 우정을 쌓는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인도 방문 때는 "중국은 민주주의의 친구가 아니다"라고 했고, 스리랑카에서는 중국공산당을 '약탈자(predator)'라고 칭하며 비난했다.

2018년 11월 출범한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몰디브 정부는 전임 압둘라 야민 대통령이 중국과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남긴 빚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친중국 성향으로 분류되는 스리랑카나 야민 전 대통령과 달리 솔리 정부는 친인도 성향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최근 모하메드 나시드 몰디브 국회의장은 일대일로 프로젝트 대부분의 공사 비용이 크게 부풀려졌다면서 중국에서 빌린 명목상 부채는 31억달러(약 3조5000억원)지만 실제 받은 액수는 11억달러(약 1조250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관광 산업 의존도가 높은 몰디브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은 상태다.

이에 인도 정부는 지난 8월과 9월 각각 5억달러(약 5억7000만원)와 2억5000만달러(약 2억8000만원)를 긴급 지원하기도 했다.

미국도 지난 9월 몰디브와 군사 협약을 맺고 관계 강화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중국은 지난 몇 년간 인도 주변 남아시아 항구 등을 잇달아 개발하는 이른바 '진주 목걸이' 전략으로 인도와 미국을 자극해왔다.

특히 몰디브는 스리랑카와 함께 '진주 목걸이' 전략의 중요 거점으로 여겨진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