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자·배당·임대료 등 이른바 ‘수동적 수입’ 비중이 2년 연속 절반을 초과하는 법인에 대해서만 초과유보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 벤처기업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기업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초과유보소득세는 최대 주주(특수관계자 포함) 지분이 80% 이상인 기업이 유보금을 당기순이익의 50% 또는 자기자본의 10% 이상 쌓아둘 경우 유보금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제도로, 내년부터 시행된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인유사법인 과세제도 관련 경제단체 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초과유보소득세가 도입되면 정상적 경영 활동이 제약을 받는다”며 거센 반발이 나오자 이날 간담회에서 예외 기준 등을 발표했다.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이자·배당소득이나 임대료, 부동산·채권·주식 등의 처분수익 등 수동적 수입의 비중이 2년 연속 50% 이상인 기업을 ‘수동적 사업법인’으로 간주해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최대 주주가 정상적 사업 활동이 없음에도 이자 등에 대한 소득세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또 벤처기업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거나 다른 법률에서 인허가 등을 위해 법인격을 요구하는 경우 과세 대상에서 빼기로 했다. 아울러 기업이 당기 또는 향후 2년 이내에 투자, 부채 상환, 고용, 연구개발(R&D)을 위해 썼거나 쓰기 위해 적립한 금액도 과세 대상 유보소득에서 제외해주기로 했다. 김 차관은 “시행령에 반영될 사항을 고려할 때 적극적이고 생산적으로 사업 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법인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반발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은 보통 5년 이상을 보고 유보금을 쌓는다”며 “유보소득 과세 제외 대상으로 2년치 적립금만 인정한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적립금 인정 기간을 5~10년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달홍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회장은 “건설 등 수주 업종은 일정 규모 이상 현금을 쌓아놓지 않으면 수주 절벽 시기를 견뎌낼 수 없다”며 “생존을 위해 유보금을 쌓아놓는 경우도 과세 대상에서 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자, 배당소득, 임대료 등 수동적 수입 분류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다. 석용찬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회장은 “장수 기업이나 전통 제조업 중에도 업황 불황으로 인해 위기에 빠져 사업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배당이나 임대료 수입 비중이 높아진 곳이 많다”며 “이들에겐 재기의 기회조차 빼앗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는 조만간 개정안과 관련해 중소기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이 결과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구은서/안대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