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운전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운전은 승마처럼 취미로 남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정의 회장과 젠슨 황 CEO는 29일 소프트뱅크그룹의 연례 컨퍼런스인 '소프트뱅크월드2020'의 기조강연자로 나서 "인공지능(AI)이 사회 전체를 바꿀 것"이라며 이 같이 예상했다. 지난 9월 엔비디아가 소프트뱅크로부터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회사인 암(ARM)을 450억달러(약 51조원)에 인수하면서 두 사람은 반도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인물로 기록됐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이 한자리에서 마주하는 자체만으로도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화제가 됐다. 두 최고경영자는 "4년전 손 회장의 미국 캘리포니아 자택 정원에서 3~4시간 동안 와인을 마시며 나눴던 꿈이 현실화하고 있다"며 AI가 바꿀 미래상을 하나하나 짚어나갔다.
손 회장은 고속연산(1세대)과 대규모 데이터 저장(2세대) 수단으로 진화해 온 컴퓨터가 AI와 결합하면서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스스로 개발하는 시대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컴퓨터가 자체적으로 인식하고 계획까지 세우는 과정을 초고속으로 할 수 있게 되면서 지금껏 풀지 못한 문제의 해결이 가능해 졌다는 설명이다.
젠슨 황 CEO는 AI를 통한 사이버범죄 예방과 도소매업 물류관리를 예로 들었다. 전자상거래의 증가와 함께 사이버 범죄의 피해 규모 또한 전세계 경제 총생산(140조달러)의 약 1%에 달하는 1조달러를 넘어섰지만 AI는 부정행위를 1000분의 2초만에 적발할 수 있다. 이익률이 2%에 불과한 소매업이 AI를 활용해 매년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물류 관련 손실을 제거하면 수익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AI가 인간처럼 생각하지 못한다'는 반론에 대해 "비행기가 새와 다른 방식으로 더 빨리 더 멀리 나는 것처럼 AI도 '생각'과 유사한 행위를 한다"고 반박했다.
손 회장은 이어 "AI가 시간 제약을 없앰으로써 인류가 창조적인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게 됐다"며 자동운전을 예로 들었다. 그는 "과거에는 주요한 이동수단이었던 승마가 자동차의 등장 이후 취미활동으로 전락한 것처럼 운전 역시 자동운전 기술에 뒤쳐져 취미로 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AI를 인류의 위협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두 IT 경영자 모두 "인간을 돕는 조력자"라고 주장했다. 젠슨 황 CEO는 "팬데믹(세계적인 대유행)과 같은 생물학적 위협의 유일한 대책은 바이러스를 최대한 빨리 발견하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인데 AI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