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 피해 외면' 日미쓰비시…국내 자산 강제매각 수순

입력 2020-10-29 13:28
수정 2020-10-29 13:30

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에도 이행하지 않는 등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 강제 매각 수순에 들어갔다.

대전지법은 지난달 7일 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이 신청한 미쓰비시중공업의 특허권·상표권에 대한 매각 명령 4건에 대해 미쓰비시중공업에 소송 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 송달 결정을 내렸다.

법원이 압류한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을 매각하려면 당사자 의견을 듣는 심문 절차가 필요하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은 1년이 넘도록 소송 서류를 받지 않아 심문이 열리지 못했다.

법원이 결정한 공시 송달 기간은 다음달 10일까지로 이 기간 미쓰비시중공업이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으면 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로 매각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로 매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실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일본 외무성이 기업에게 명령문을 전달하지 않거나 기업들이 매각 명령에 항고하며 시간을 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국 기업의 자산 매각에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최근 한 기자회견에서 "일본 기업의 압류 자산이 현금화되는 사태가 일어나면 일한 관계에 있어서 매우 심각한 상황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도 과거 한국과 일본이 맺은 청구권 협정으로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2018년 대법원은 일본의 강제 징용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1인당 1억~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하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은 판결을 따르지 않고 있다.

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kkw102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