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자산시장이 미국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달러는 약세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에 따라 달러 약세 강도만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중국 위안화도 강세가 예상돼 원·달러 환율 하락에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6개국 주요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48포인트(0.52%) 상승한 93.40을 기록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폭증, 지난 3월19일 달러인덱스는 103.60까지 치솟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장에 유동성(자금)을 무한대로 공급하기 시작했고, 이는 달러화 가치를 빠르게 끌어내렸다. 지난 8월31일엔 92.13까지 하락하면서 연내 최저치를 찍은 후 여전히 낮은 수준에서 등락 중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하든,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이 되든 달러화는 결국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선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정부는 완만한 재정 정책을 쓰면서 대외 긴장 구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상 성장 궤도 진입을 늦추고 Fed의 통화완화 기조를 장기화시킬 수 있다. 또 재정 확장기 임에도 감세 정책을 지속해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반면 바이든의 당선된다면 공격적인 재정 부양을 통해 적극적인 Fed의 자산 매입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교역 회복에 우호적인 무역과 외교정책은 위험자산선호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증세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심도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정책은 결이 크게 다르다"며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의 정책적 환경은 약달러를 지지하는 가운데 트럼프가 재선한다면 약달러의 장기화가,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단기적으로 강도 높은 약달러가 예상되지만 빠르게 방향은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내년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로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경기가 회복되는 동시에 중국 위안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에는 재화 수요가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예상돼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한국 경기 호조가 기대된다"며 "중국이 내년에도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위안화의 프록시(대리) 통화로 여겨지는 원화 역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