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노역' 허재호 전 회장 공판 불출석…"영장 발부 곧 결정"

입력 2020-10-28 16:47
수정 2020-10-28 16:50

'황제 노역' 논란을 일으켰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78·사진)이 조세포탈 혐의 재판에 불출석했다.

28일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정지선)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허재호 전 회장의 6차 공판을 진행했다.

뉴질랜드에 거주 중인 허재호 전 회장은 지난해 8월 28일 첫 재판이 시작된 이후 심장 질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이동 어려움 등을 이유로 공판에 줄곧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공판에서 허재호 전 회장의 변호인들은 검찰이 기소한 2019년 7월에는 이미 공소시효(10년)가 끝난 시점이었다고 주장했다. 2007년 주식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세금을 2008년 5월까지 신고해야 하므로 관련 사건 기소 역시 2018년 5월까지 이뤄졌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허재호 전 회장이 2015년 출국해 시효가 정지된 것으로 봐야 하고 허재호 전 회장과 사실혼 관계였던 황모씨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한동안 참고인 중지 처분하고 수사를 중단했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향후 황씨의 법정 증언과 검찰의 참고인 소재 확인 시도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공소시효 도과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아울러 허재호 전 회장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도 조만간 결론 낼 예정이다.

검찰은 과거 허재호 전 회장의 지인이 자신을 회유하려 했다는 황씨의 진술과 허재호 전 회장이 해외에 출국해 검찰 조사와 재판에 계속 불응하는 태도를 볼 때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공소 제기 이후 단 한 차례도 피고인의 입장을 들을 수 없었고 변호인조차 직접 통화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정말 억울한 사람의 태도인지, 계속 피고인의 임의 출석을 유지하는 것이 원칙과 형평성 유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허재호 전 회장 변호인은 "어떤 피고인이 영사관에 자신의 주소를 신고하고 거주하면서 도주하려 하겠는가"라며 "최초로 거소 신고를 했다가 공소장을 송달받지 못한 곳은 허재호 전 회장 아들의 주소로 거주지를 은닉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이어 "황제 노역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벌금 254억원도 이미 납부했으며 장거리 여행이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사 진단 등을 참작해달라. 변호인의 명예를 걸고 피고인은 고의로 출석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뉴질랜드 거주 신고는 2009년 이뤄졌다. 또한 올해 2월부터 피고인의 항공권 구입내역을 제출하라고 했는데 7월 한 번만 제출했다"며 "재판부는 자료로 피고인의 재판 출석 의사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