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 관영 매체가 방탄소년단(BTS)의 6·25 전쟁 관련 언급을 비난한 데 대해 "BTS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한 중국의 실수였다"며 "중국이 K팝 거인과의 대결에서 패배했다"고 평가했다.
홍콩 출신 언론인 아서 탐은 27일(현지시간) WP에 게재한 칼럼에서 BTS 수상 소감 논란을 소개한 뒤 "중국이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벌였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썼다.
앞서 BTS의 리더 김남준(RM)은 지난 7일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밴플리트상'을 수상하며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침략한 건 미국 측이다" "K팝을 좋아하는 애들은 모두 매국노다"라고 반발했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도 "BTS는 과거 대만을 국가로 인식하는 발언도 했다"고 했다.
WP는 이에 대해 "중국은 BTS를 공격함으로써 한국의 영향력을 억제하고 자국의 정치적 중요성을 재천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중대한 실수였다"라고 지적했다.
'아미'라고 불리는 BTS의 팬층은 인종·성별·종교·연령·성적지향·국적을 막론하고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어, 중국 의존도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논란이 빨리 사그라든 데는 중국 BTS 팬들의 열정도 한몫했다고 WP는 분석했다. 중국 아미들은 매국노 소리를 들어가며, BTS를 변호했다.
중국 아미는 2016년 중국 정부의 한국 제품 금수 조치로, BTS의 모든 음악 및 홍보 활동이 중단됐을 때도 대리 구매를 통해 BTS의 최신 앨범 22만 장을 중국으로 수입했었다.
WP는 또 "중국 정부는 문화적 관점에서도 매우 현명하지 못한 결정을 내렸다"며 "전 세계적으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중국의 이미지는 계속해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중국 정부가 자국 이미지에 신경을 쓴다면 한국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한국 정부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창조 산업을 지원해왔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