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상속세 논란 정치권서 팽팽…"절반으로" vs "더 올려야"

입력 2020-10-28 16:35
수정 2020-10-28 16:37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타계로 인한 '상속세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유산에 부과되는 11조원 가량의 상속세가 과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 내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극명하게 엇갈리면서다. "상속세 없애라" 청와대 국민청원 등장지난 26일 '삼성 상속세를 없애 주세요'란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1만6743명으로부터 청원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우리나라를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이끌고 도와주신 이건희 회장이 별세했다"며 "존경받아야 할 분인데 재산 18조원 중 10조원을 (국가가) 상속세로 가져가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18조원은 세금 다 내가면서 번 돈인데 어떤 나라가 세금을 두 번씩이나 떼어가느냐"고 지적했다.

'상속세 논란'은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그룹 지분에 대한 상속세가 11조원에 육박한다는 보도가 나오며 촉발됐다. 이는 올 상반기 삼성전자가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쓴 10조5851억원보다 큰 금액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난 4월 통과된 1차 추경 예산안(11조7000억원)과도 맞먹는 수준이다.

여기에 60%인 한국의 기업 관련 상속세율이 30~40%에 불과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상속세율에 비해 높다는 것도 재조명되면서 "상속세율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박용진 "상속세 더 올려야"…박성중 "반으로 줄여야"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상속세를 60%보다 더 올려야 한다"며 "부잣집의 자녀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기회를 얻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청원 운동의 제목이 '삼성 상속세 없애주세요'인데 틀렸다"며 "삼성은 상속세를 내지 않는다. 느닷없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자산이 자기에게 내려지는 사람들이 내는 돈인데 기업의 운영과 관련이 있다고들 생각하시니까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가 하나만 분명히 말씀드리면 상속세는 높이거나 지금 그대로 두는 건 아무 문제 없다"며 "다만 기업 운영과 관련된 건은 다르다. 현금성 자산과 부동산에 대한 자산 과세는 저는 분명히 더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상속세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반면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상속세를) 반 정도까지 줄여야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1년에 1%씩 25년을 잡고, 한꺼번에 줄이면 국가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나가야 한다"며 "분납이라든지 이런 것도 5년이나 10년, 이렇게 좀 더 넓혀야 된다"고 주장했다.

박성중 의원은 "미국의 경우는 약 40% 상속세를 앞으로 1%씩 줄여서 25%까지 내린다는 운동을 지금 하고 있다. 일본 같은 경우도 20년 분납을 하고 독일은 10년 동안 이자가 없다"며 "그만큼 상속세가 세계 각국의 상당한 과제가 돼 있고 기업에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도 유연하게 세계에 따라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OECD 국가 35개 국가 중 호주나 뉴질랜드, 캐나다, 룩셈부르크, 멕시코, 이스라엘 등 약 40%의 나라에서는 상속세가 아예 없다"며 "기업은 세계 경쟁력이기 때문에 세계의 동향을 보면서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은 "상속세 전체를 없애자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그야말로 불로소득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