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장기전에 접어 들면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20~40대 여성이 늘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고용 양극화가 심해지고 서비스 직종 등의 수익이 줄면서 고용시장에서 '약한고리'인 여성들이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평가다.
2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3~7월 우울증, 조울등 등 기분장애로 의료기관을 찾은 19~44세 여성환자는 16만441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3만1960명보다 21.6% 늘었다. 같은 기간, 같은 나이 남성 환자가 11.2%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여성 환자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모든 연령대 국내 환자는 7.1% 늘었다.
신경증이나 스트레스로 신체장애 증상을 호소한 19~44세 여성도 9.4% 늘었다. 전체 연령대 환자가 3.5% 늘어난 것에 비하면 증가율이 2.7배에 이른다.
다른 질환과 비교하면 증가폭은 더욱 가팔랐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손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지키는 사람이 늘고 마스크를 잘 쓰면서 올해 국내 호흡기 질환자는 지난해보다 51.9% 급감했다. 독감 환자는 98%나 감소했다.
식중독 등 세균성 장질환자도 줄어 소화기계 감염 환자는 지난해의 68.7% 수준이었다. 어린이집, 학교 등이 문을 닫아 아이들 단체 생활이 줄면서 0~6세 소화기 감염병 환자는 53.3%, 7~18세 환자는 37.9% 줄었다.
온라인 수업은 손상 환자 감소에도 영향을 줬다. 올해 사고 등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지난해보다 12.6% 줄었는데 7~18세는 43.1%나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고용시장에서 약한 고리인 젊은 여성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도형 서울청정신과의원 원장은 "'직장을 구하기 힘들다'거나 구조조정이 심한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여성 환자 중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며 "노동구조상 해고나 감원이 늘 때 가장 먼저 피해보는 계층이 20~30대 여성"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학교 등을 가지 않아 생기는 육아부담은 30~40대 여성들에겐 또 다른 스트레스다. 심민영 코로나19통합심리지원단장은 "단기 상담을 받거나 집중적으로 정보를 받는 것만으로도 좋아지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들이 병원을 찾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신건강의학과에 젊은 여성 환자가 늘었다는 것은 이들이 다른 계층보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쉽게 방문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코로나19 유행은 암 환자 통계에도 영향을 줬다. 올해 전체 암 환자는 지난해보다 1.6% 늘었지만, 새로 암 진단을 받는 환자는 줄었다. 올해 1~7월 위암 환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7% 줄어 가장 많이 감소했다. 대장암 환자는 6.8%, 간암 환자는 2.5% 각각 줄었다.
신규 고혈압 환자도 2.9%, 당뇨병 환자도 5.7% 줄었다. 의료계에서는 고령층이 늘어나는 국내 인구구조를 고려하면 실제 환자가 줄어든 것보다는, 건강검진을 적게 받아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치료받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안심하고 건강검진을 받아 질병을 조기발견해 적기에 치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