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에 이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재계와 야당의 반대에도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윤후덕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과 한국행정학회,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은 28일 국회에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입법추진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취지와 필요성을 비롯해 국회 통과를 위한 법제화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으로, 20대 국회에서 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공운법)’을 발의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21대 국회는 민주당이 174석을 차지해 공운법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정치권의 예상이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과 박주민 의원은 지난 6월과 8월 공운법을 각각 발의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경협 의원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은 문 대통령의 국정과제로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며 “민주당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에서도 노동이사제 도입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공공기관 노조에서는 기업의 경영 투명성과 공공성 강화를 위해 노동이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과도한 경영권 침해와 의사결정 지연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도 노동이사제 도입이 기존 공공기관 노조의 옥상옥(屋上屋)으로 작용해 노조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공기관에서는 공운법 개정이 이뤄지기도 전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교통공사 이사회는 지난 20일 노동이사제 도입을 두고 이견을 보였지만 정치권과 노조가 정관을 개정하면서 도입을 의결했다. 수출입은행에서도 노조가 추천한 이사 후보가 이사회에 들어가지 않자 민주당 의원들이 문제 삼고 나서며 수출입은행을 압박하기도 했다.
경영계와 야당에서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기업으로 확산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주주가 아닌 노동자가 이사를 추천할 경우 주주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독일 등 유럽의 경우 기업의 90% 이상이 유한회사여서 노동이사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은 대부분 주식회사여서 주주들이 이사를 선임하는 만큼 도입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경우 노동 기득권을 강화하고 노동 불평등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민간 영역에서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는 것도 자본시장과 법치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