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극단선택 징후 없었다"…백신 접종 10대 사망 미스터리

입력 2020-10-28 12:03
수정 2020-10-28 13:08

독감백신을 접종받은 후 사망한 인천의 고교생 A(17)군 사망원인을 놓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당초 경찰은 A군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최근 아질산나트륨(아질산염)을 직접 구매했다. A군 시신에서는 아질산염이 다량 검출됐다.

아질산염은 흔히 육가공품 발색제와 산화방지제로 쓰이지만 치사량(성인의 경우 4~6g) 이상 섭취할 경우 심각한 호흡곤란을 겪을 수 있다. 아질산염은 인터넷 등에서 비교적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주변인 진술 등을 통해 생전 A군에게서 우울증이라든지 극단적 선택의 징후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경찰은 A군이 사용하던 PC 등에 대해 포렌식 작업도 진행했지만 극단적 선택과 관련한 정황 증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경찰은 A군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 외에도 아질산염을 비슷하게 생긴 소금, 설탕 등으로 오인해 섭취했을 가능성 등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모방 가능성 때문에 구체적 구매 장소나 시기는 확인해줄 수 없지만 A군이 아질산염을 최근 구매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에 유족 측은 공개 반발했다. 자신이 A군의 친형이라고 주장한 누리꾼은 전날(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억울함을 호소했다.

청원인은 "18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부검이 진행됐고 한 달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는데 1주일도 안 되어 결과가 나왔다"며 "국과수에서는 독감 백신과 관련이 전혀 없다는데 믿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독감 주사를 맞고 난 다음날 몸에 힘이 없고 기운이 없다며 저녁조차 먹지 않은 동생이었다. (국과수는) 특정 물질이 위에서 다량 검출돼 독감 백신과 (동생의 죽음 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하지 않고 자살 혹은 타살로 사건을 종결지으려 한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평소에 제 동생은 마스크도 KF80 이상의 마스크만 착용하고, 물병 같은 것도 재사용하면 바이러스 증식된다며 재사용하지 않았다"며 "학교 성적도 전교 상위권이고, 대학 입시도 거의 다 마쳤으며 대학 생활을 위해 필요한 전자기기 등을 알아보며 심리적 압박감이나 스트레스가 최소인 상태였다. 자살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험 기간이 아닐 때도 독서실을 다니며 성실하게 공부만 하는 제 동생이 자살로 사건이 종결된다면 너무 억울한 죽음이 될 것 같다. 하나뿐인 동생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상에서도 "이틀 후 극단 선택을 할 사람이 독감백신을 접종한 것은 이상하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앞서 해경은 북한군에게 살해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에 대해 '월북'이라는 결론을 내려 유족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일각에서는 수사기관이 정권에 유리하게 사망원인을 짜 맞추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편 A군은 지난 14일 민간 의료기관에서 독감백신 무료 접종을 받고 이틀 뒤인 16일 사망했다. 국과수는 A군에 대한 부검을 진행해 지난 22일 "A군의 사인은 (백신) 접종과 무관하다"는 감정 내용을 경찰에 통보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