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울산 최대 번화가인 남구 삼산동. 현대·롯데 백화점과 주변 식당가마다 마스크를 착용한 손님들로 붐볐다. 학생들과 주부, 근로자 등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삼삼오오 모여 회식을 하는 등 코로나19 이전의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횟집을 하는 한 업소 관계자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야간에는 불 켜진 식당을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활력이 넘친다”고 말했다.
한국 ‘제조업의 심장부’인 울산이 코로나19발(發) 셧다운(일시정지) 공포에서 벗어나 일상을 되찾고 있다. 울산발 공격적인 코로나 대응
울산은 산업체 근로자만 20여만 명을 넘어선다. 코로나 19에 뚫리면 산업현장이 일순간에 마비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사태는 기우에 그쳤다. 울산시와 산업계가 코로나 19 감염 예방 및 24시간 방역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한 덕분이다.
근로자 2만7000여 명이 근무하는 현대중공업. 지난 9월 조선소 내 한 건물에서 확진자가 6명 나오자 울산시와 현대중공업은 7층 건물 내 2000여 명에 이르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했다. 인근 동구보건소 주차장과 현대중공업에 11개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6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단 하루 만에 검사를 완료했다. 이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대규모 확진검사 사례로 기록된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세계 최대 조선소가 코로나19에 뚫린다면 그 여파는 공장 밖 가족들에 이어 울산 전역으로까지 단숨에 번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며 “60여 명의 보건소 직원들을 총동원해 감염병 확산방지에 나섰다”고 말했다. 다행히 확진자와 같은 건물에서 근무한 2000여 명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위기를 피했다. 울산은 지난 17일 현재 코로나19 감염자가 156명으로 전국 7대 광역시 가운데 가장 적다. 신산업 특구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하는 울산
울산시는 코로나19에도 흔들리지 않는 선제적 방역시스템을 기반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11월 이후 불과 8개월 사이 울산경제자유구역을 비롯해 수소 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 게놈 서비스산업 규제자유특구, 울산 울주 강소연구개발특구, 원자력 및 원전해체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 등 5개의 국가급 특구를 정부로부터 지정받았다.
심민령 혁신산업국장은 “시장 임기 내 1개의 특구를 유치하는 것도 힘든데 송 시장은 짧은 8개월 동안 5개의 특구를 유치했다”며 “‘특구 시장’으로 불릴 만큼 열정을 쏟아내 얻은 성과”라고 말했다.
울산이 특구유치로 기업하기 좋은 여건이 조성되면서 전국의 강소기업들이 울산으로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54개사에 이어 올 들어서도 총 40개사를 유치했다. 이 중 수소 관련 강소기업만 12개에 이른다. 송 시장은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6만7000대 보급, 수소충전소 60기 확충 등 수소 제조·공급부터 연료전지 실증화·연구개발(R&D) 및 사업화까지 수소 대중화를 선도할 전 주기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울산시는 비전의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중심으로 수소전기차 50만 대 생산 기반 구축을 위한 유치 활동과 수소 전문기업 및 소재부품 산업 육성, 수소 제조 및 저장 능력 확대, 수소 공급망과 충전 인프라 확충, 수소 전문인력 양성 등을 그린 뉴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송 시장은 “세계적인 수소 중심도시를 건설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산물 ‘드라이브 스루’ 전국 파급시킨 포항
경북 포항은 지난 3월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소비가 크게 위축됐을 때 수산물 판매에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도입해 홈쇼핑 채널 못지않은 완판 기록을 올리면서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포항사랑상품권 발행 역시 많은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 6월 1000억원 규모의 ‘포항사랑상품권’을 추가 발행하며 완판행진을 이어갔다. 인구 50만 명 포항에서 올 들어서만 4000억원어치의 지역 화폐를 유통했다.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 중 최대 규모다.
포항사랑상품권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상품권을 사고팔기 쉬운 환경 조성과 경제적 유인, 적극적인 홍보 덕분이다. ‘상품권을 쓰면 쓸수록 포항이 발전한다’는 포항 지역민의 애향심도 한몫했다. 포항시는 지난 3년간 4000억원어치 상품권 판매로 1조5000억원의 경제파급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3년간 상품권 유통을 통해 돈을 돌게 한 것이 침체된 지역경제에 큰 활력소가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올해 전국 최대 규모인 4000억원어치를 완판해 지역경제에 온기를 불어넣겠다”고 강조했다. ‘3+1 신산업’ 전략으로 포항형 그린뉴딜 추진
포항시는 지난해 7월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후 1년 만에 GS건설,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 등 5개 기업으로부터 2조593억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철강도시 포항이 안고 있는 구조적 어려움을 포항국가전략특구 조성에서 찾은 것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 셈이다.
포항시는 지금까지 ‘강소연구개발특구’, ‘배터리규제자유특구’, ‘영일만관광특구’ 등 3대 국가전략특구를 지정받아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성장 동력 확보는 물론 창업과 기업유치, 관광활성화 등 산업구조 다변화 기반 구축에 나서고 있다. 포항시는 이를 기반으로 바이오· 배터리· 수소와 함께 철강 고도화 전략 등 ‘3+1 신산업’ 육성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핵심전략으로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포항의 미래발전을 선도할 5가지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환동해 해양복합전시센터와 영일대 특급호텔 건립, 외국 교육기관 유치, 워터프런트와 테마파크 등을 갖춘 코스타밸리 관광단지와 스마트 양식 클러스터 조성 등이 핵심 사업이다.
이 시장은 “포항에서 창업을 한 스타트업이 유망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고, 전 세계 관광객이 몰려드는 청정 관광특구로 발전시켜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포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