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사상최대 실적에도 영구채 발행 대폭 늘리는 까닭

입력 2020-10-28 17:22
수정 2020-10-29 02:41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와 계열 시중은행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폭풍 및 생존 경쟁 심화에 대비해 여유 자본을 쌓아두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28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인 마켓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사와 계열 시중은행이 올 들어 이날까지 발행한 영구채는 3조8900억원에 달한다. 신한은행이 다음달 발행하는 3000억원 영구채를 더하면 총 4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지금까지 영구채 발행이 가장 많았던 지난해 2조1650억원의 두 배 가까운 규모다.

영구채 발행은 증자 없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개선하기 위한 방편이다. 명목만기와 무관하게 발행사가 만기를 계속 연장할 수 있어 발행금액을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BIS 비율 개선 효과를 얻는 만큼 비용이 높은 편이다. 영구채 금리는 연 2.5% 이상(5년 뒤 콜옵션 행사 상품 기준)으로 연 1.5% 안팎인 일반 은행채보다 훨씬 높다.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가 지난 9월 기준 연 2.44%임을 감안하면 많이 발행할수록 실적에 부정적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영구채 발행 급증을 은행산업의 밝지 않은 미래를 암시하는 단면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많다. 한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경기 침체와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채무 상환유예 정책, 보험회사 인수 등 몸집 불리기 경쟁이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도 미래 기업가치를 짓누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1~9월 금융지주 역대 최대인 2조950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KB금융지주는 같은 기간 자사 최대 기록인 2조8779억원의 순이익을 발표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