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 2020’ 삼성전자 전시 부스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건 자율주행차 모형이었다. 차에 탑재된 반도체에 불이 들어올 때마다 관람객들 사이에선 탄성이 나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장(전기·전자 장치) 제품은 삼성 기술력의 집약체”라고 설명했다.
삼성 부스 근처에서 만난 한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 기술이 없었다면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HBM2E(초고속 D램), GDDR6(차세대 그래픽 D램), 오토 SSD(데이터저장장치) 등 이날 삼성전자가 부스에서 소개한 기술은 대부분 메모리반도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사비를 털어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고, 9년 뒤인 1983년 ‘도쿄 선언’을 통해 반도체 사업의 본격 진출을 선언한 이건희 회장이 없었다면 ‘반도체 세계 1위’ 신화는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이 회장의 결단이 삼성에만 부와 명예를 안겨준 건 아니다. 이날 전시장엔 삼성전자에 반도체 후공정 장비를 납품하는 엑시콘, 포토레지스트(감광액)를 공급하는 동진쎄미켐 등 삼성과 함께 성장한 협력사들이 제품을 알리고 있었다. 엑시콘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SSD 시장에 진출한 1~2년 뒤부터 삼성전자에 납품하며 외국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대전 기간 개최되는 ‘반도체의 날’(10월 29일) 행사도 연혁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 회장이 등장한다. 반도체의 날은 반도체 수출 100억달러 달성(1994년 10월 29일)을 기념해 제정됐다. ‘위기일수록 공격적으로 투자한다’는 신념을 갖고 1992년 D램 세계 1위를 달성한 이 회장의 뚝심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기념일이다.
그래서일까. 반도체대전에 참가한 업체 관계자들은 지난 25일 별세한 이 회장 부고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백지흠 동진쎄미켐 영업팀 부장은 “‘반도체의 큰 어른’께서 너무 일찍 돌아가셨다”며 “이 회장의 업적은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중 투자하는 ‘시스템반도체’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에이디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올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정식 디자인 협력사로 등록됐다”며 “한국 시스템반도체 기업들도 메모리만큼의 높은 위상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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