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경제성장률 1.9%(전 분기 대비)는 국내외 기관·금융회사 추정치인 1.3~1.4%를 크게 웃돈다. 3분기 성장률을 두고 정부와 여당이 “한국 경제가 대전환하고 있다”며 고무된 반응을 보일 정도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빠른 반등으로 보긴 힘들다”고 평가했다. 이보다는 기저효과가 작용한 측면이 크다는 설명이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457조원)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작년 4분기(469조원) 수준을 여전히 밑돌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미국·유럽의 코로나19 재확산 등 향후 경기 하강 요인도 적지 않아 한국 경제가 ‘침체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출 증가율 24년간 최고한은이 27일 발표한 ‘3분기 실질 GDP’ 지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출 증가율(전 분기 대비 15.6%)이다. 1986년 1분기(18.4%) 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반도체·자동차 등의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 9월 수출(통관 기준)이 작년 9월보다 7.7% 늘어난 것이 일정 정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수출은 코로나19 직후인 올 3월부터 8월까지 줄곧 감소세를 보이다 9월 모처럼 반등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3분기 수출 증가율 급상승은 기저효과가 작용한 결과란 설명이다. 지난 2분기 수출 증가율이 -16.1%로, 1963년 4분기(-24.0%) 후 56년6개월 만에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수출지표 개선에 힘입어 기업도 기계류 등 설비투자를 늘렸다. 올 3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6.7%로 2012년 1분기(9.6%) 후 가장 높았다.
하지만 아파트, 공장, 물류창고, 댐, 교량 건설 등을 아우르는 건설투자는 7.8% 감소했다. 전 분기(-1.5%)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뒷걸음질쳤다. 3분기 건설투자 감소율은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1분기(-9.6%) 후 가장 컸다. 올여름 예년보다 길었던 장마와 태풍으로 건설 공사가 차질을 빚었던 탓이다. 한은은 여름철 장마·집중호우로 건설투자 위축 등이 작용해 성장률을 0.1~0.2%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추정했다.
민간소비도 2분기 1.5%에서 3분기 -0.1%로 위축됐다. 코로나19가 8월 중순부터 재확산된 영향이다. 수도권에서 8월 30일~9월 13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의류 신발 가방 등 준내구재 씀씀이가 크게 줄었다. 한은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이 3분기 성장률을 0.4~0.5%포인트 갉아먹었다고 분석했다.
경제활동별로 보면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전 분기 -8.9%에서 3분기 7.6%로 반등했다. 기업의 수출·설비투자가 늘어난 결과다. 서비스업도 -0.9%에서 0.7%로 회복했다. 하지만 건설업은 -0.3%에서 -5.5%로 침체의 골이 더 깊어졌다. V자 반등 평가는 시기상조정부와 여당은 이날 3분기 성장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쏟아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정상화를 위한 회복궤도에 진입했다”며 “위기 극복에 관한 기대를 품게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서면 논평에서 “감염병 위기 대처를 위해 정부는 3차까지 추경을 빠르게 집행했다”며 “이런 정책적 기반 위에서 기업들은 혼란한 경제 상황을 단기간에 극복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워낙 크게 뒷걸음질쳤던 전 분기 대비 기저효과를 빼면 3분기 반등폭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년 동기 대비를 기준으로 보면 3분기 성장률은 -1.3%에 불과했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과 민간소비 증가율도 각각 -3.7%, -4.5%에 그쳤다.
한은 역시 성장률을 놓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3분기 GDP가 코로나19 이전인 작년 4분기 수준에 못 미치는 만큼 ‘V자 반등’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3분기 GDP는 456조8635억원으로, 작년 4분기 468조8143억원보다 11조원 이상 적었다. 3분기 GDP가 작년 4분기 수준에 도달하려면 1.9%보다 훨씬 높은 4.6% 성장을 기록했어야 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3분기 성장률이 1.9%로 나오면서 올해 연간 성장률은 전망치(-1.3%)에 근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유럽에서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8만~10만 명을 웃돌고 있어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정책 지원에 의존해 연명하는 부실기업들의 도산이 증가할 수 있다”며 “이는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